일본이 원자력 관련법에 '안전보장 목적'을 추가해 핵을 군사적으로 이용하는 길이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국회는 20일 성립된 원자력규제위원회 설치법의 부칙에서 '원자력의 헌법'으로 불리는 원자력기본법의 기본방침을 변경했다. 원자력기본법의 기본방침 변경은 34년 만이다.

변경 내용은 집권 민주당과 야당인 자민당, 공명당의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원자력규제위원회 설치법의 부칙 12조에 들어 있다.

여야는 이 부칙 12조에서 원자력 연구와 이용의 평화적 목적을 규정한 상위법 격인 원자력기본법 2조의 내용에 '원자력 이용의 안전확보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 및 재산의 보호, 환경보전과 함께 국가의 안전보장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항목을 추가했다.

추가된 '안전보장에 이바지한다'는 기술은 애초 정부가 각료회의에서 결정한 법안에는 없었으나 법안 수정 협의 과정에서 보수 우익 성향의 자민당 요구로 포함됐다.

이 내용은 여야가 합의해 슬며시 추가한 것으로 법안이 중의원(하원)을 통과할 때까지 국회의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지 않아, 공론의 장에서 아무런 논의도 없었다.

이에 일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인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 등이 창설한 지식인 단체인 '세계평화 호소 7인 위원회'는 지난 19일 "실질적인 군사이용의 길을 열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 "국익을 해치고, 화근을 남겼다"는 내용의 긴급 호소문을 발표했다.

야마자키 마사카쓰(山崎正勝) 도쿄공대 명예교수는 "원자력기본법은 일본이 핵무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결정한 최초의 법률로, 평화헌법 하에서의 비핵 3원칙의 기초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 기본방침의 변경은 철저하게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안전보장에 이바지한다'는 표현의 의미가 확실치 않아 핵무장으로 연결될 우려를 불식할 수 없다"면서 "별도의 법률에서 논의도 거의 없이 변경한 것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일본 국회는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활동을 '평화 목적'으로 한정한 규정을 삭제한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설치법(이하 우주기구법) 개정안도 통과시켜 우주 활동의 군사적 이용을 가능하게 했다.

개정 우주기구법은 우주활동을 '평화 목적에 한정한다'는 기존 표현을 '우주기본법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기본 이념에 준한다'로 바꿔 '평화 목적에 한정한다'는 문구를 없앴다.

또 현재 내각 정보조사실이 운용하고 있는 정보수집위성과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는 조기경계위성의 개발에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가 관여할 수 있도록 했다.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를 소관하는 부처도 현재의 문부과학성과 총무성 외에 내각부와 경제산업성을 추가했으며, 사안의 내용에 따라서는 방위성 소관도 가능하도록 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