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노리는 특허괴물

한국기업은 '봉'
특허 무방비…매출 절반 한국서
3G 이어 LTE서도 '출혈' 클 듯

얽히고 설킨 지식재산
스마트폰 1대에만 7만8000개…특허괴물엔 맞소송도 안먹혀

영리해진 특허괴물
공격형에 방어·투자형 등장…자동차·태양광 등 '호시탐탐'
삼성ㆍLGㆍ팬택, 6년간 '특허괴물' 2곳에 1조3000억 뜯겼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침해 소송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특허괴물(NPE)들이 한국 기업을 ‘봉’으로 삼아 공격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특허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양대 특허괴물 인텔렉추얼벤처스(IV)와 인터디지털이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휴대폰 3사로부터 챙긴 3세대(G) 이동통신 기술 관련 로열티는 2006년부터 올해까지 1조3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청 관계자는 “4G 이동통신(LTE)에서도 ‘특허 출혈’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교묘히 진화하는 특허괴물들

삼성ㆍLGㆍ팬택, 6년간 '특허괴물' 2곳에 1조3000억 뜯겼다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등에 따르면 특허 로열티를 먹고사는 글로벌 NPE 수가 2000년 초반 1000여개 수준에서 최근 2000곳 이상으로 늘었다. 이들은 최근 아시아 곳곳에 사무소를 설치, 한국 기업들의 특허 동향 분석 및 라이선스 구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특허 무장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고 있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공격형 NPE 인터디지털의 2010년 매출 3억9450만달러 가운데 45%가량이 한국 기업으로부터 나왔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이 회사의 국내 특허 출원 건수는 2253건, 등록건수는 946건에 달한다. 최근까지 인터디지털이 LTE 기술과 관련해 전 세계에 출원한 2000여개 특허 중 46%가 미국과 한국에 집중돼 있다. 양쪽에서 국내 기업을 겨냥한 것이다.

기술이 융·복합화하면서 지식재산도 얽히고설켜 ‘네 제품 속에 내 특허가 있다’고 소송을 거는 것을 제동 걸 방법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삼성과 애플이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스마트폰은 한 대에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기업들의 등록 특허 7만8000여개가 얽혀 있다. 제조회사가 아닌 NPE가 소송을 걸면 맞소송을 하거나 크로스라이선스(문제가 되는 특허를 상호 인정해주는 것)를 할 수도 없어 타격이 더 크다.

○자동차 바이오 등으로 ‘전선’ 확대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D램과 플래시메모리 분야 특허를 놓고 SK하이닉스 등과 소송을 진행 중인 인텔렉추얼벤처스는 공격·방어·투자 분야 등 특허 전 분야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 회사는 3만5000개 이상의 특허 포트폴리오와 50개 이상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호시탐탐 국내 기업들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 IBM 등을 회원으로 둔 RPX는 방어전문 NPE로 급속 성장하고 있다. 로열티파마는 대학 벤처기업 등이 화이자 로슈 등 글로벌 제약회사와 맺은 로열티 계약을 매입하고, 로열티 예상수익을 기초로 유동화증권 등을 만들어 판다. 오션토모는 2010년 특허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IPXI’를 설립하고 300개 우량 특허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개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스마트폰을 둘러싼 특허전쟁이 향후 IT 전장화되는 자동차, 의료·바이오, 태양광·풍력 등 신기술 시장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공격의 빌미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연구·개발(R&D) 단계부터 상용화까지 전 과정을 지식재산권으로 코디네이팅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개방형 혁신시대엔 지식재산과 인수·합병(M&A)이 기업 성장의 핵심 인프라”라며 “지식재산→R&D→시장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지식재산 거래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특허괴물

NPEㆍNon-Practicing Entity. 제품을 제조·판매하지 않으면서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특허권 등 지식재산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로열티(특허권 사용료) 수입을 올리는 특허관리 전문회사. 주로 특허권을 침해한 기업에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한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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