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이익요구 분출 관리가 주요 논의주제

중국 남부 광둥성의 한 시골 마을인 우칸(烏坎)촌. 주민 수가 불과 1만1천여명에 불과한 이곳에서 작년 '작은 혁명'이 일어났다.

주민들이 똘똘 뭉쳐 치열한 싸움을 벌인 끝에 부패한 토착 관리들을 몰아내는 데 성공하고 민의를 대변할 새 간부들을 뽑아내는 `민주주의 실험'에 성공한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중국 어디서나 으레 찾아볼 수 있는 부정부패 의혹 사건에서 시작됐다.

주민들은 마을 집단 소유로 된 토지가 촌 간부들에 의해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헐값에 팔려나간 사실을 알게 되자 작년 9월부터 저항을 시작했다.

부패 사슬로 얽힌 지방 당국은 공안과 무장경찰을 대거 투입해 강경 진압에 나섰다.

진상 규명을 요구하던 주민 대표는 공안에 끌려가 고문 의혹 속에서 사망했다.

주민들은 12월까지 넉 달간이나 격렬한 시위를 이어갔다.

결국 중앙 정부와 성 정부가 이례적으로 직접 개입에 나섰고, 주민들은 토착 세력을 몰아내고 시위대 대표를 당 서기로 선출했다.

이 우칸촌 사건은 중국 기층의 이익 요구 분출을 더는 강압적 방식으로 누를 수 없게 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베이징대 공민사회연구센터가 교수와 정부 관리, 언론 매체 관계자, 사회단체 지도자 등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작년 중국에서 발생한 여러 사건 가운데 우칸촌 사태가 54표를 얻어 '2011년 공민사회 10대 사건'중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우칸촌의 성공 사례가 앞으로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며 농촌에 남은 농민, 도시로 상경한 농민공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가 분출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번 양회(兩會)에서도 농민을 포함한 기층의 이익 요구 분출을 어떻게 수용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사회를 관리해나갈 것인가가 주요 논의 주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못지않게 최근 중국의 안정을 위협하는 다른 요소는 바로 소수 민족 문제다.

중국에서 매년 양회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뉴스가 있다.

바로 소수 민족 대표들의 베이징 도착 소식이다.

중국중앙(CC)TV와 신화통신을 포함한 관영 매체들은 매년 양회가 시작되기 며칠 전 소수 민족 복장을 입은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들과 전국인민대회(전인대) 대표들이 공항에 내리는 모습을 크게 선전한다.

양회가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조화로운' 다민족 국가인 중국에서 열리는 민의 수렴의 장임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소수 민족의 저항 문제는 중국이라는 국가의 정당성을 뿌리째 흔드는 큰 불안 요소다.

2008년 티베트(西藏·시짱)자치구 라싸(拉薩)와 2009년 신장(新彊)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의 대규모 유혈 시위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당국이 강력한 통제에 나서면서 한동안 티베트자치구와 신장자치구에서는 '불안한 평온'이 유지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작년 7월 위구르인들의 시위 과정에서 신장자치구 허톈(和田) 파출소 공격 사건이 발생해 10여명의 사상자가 났고, 같은 달 30∼31일에는 카스에서 위구르인들이 행인에게 흉기를 마구 휘두르는 테러를 감행해 50여명이 사상했다.

지난 12월에는 신장자치구 국경 지역에서 공안이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망명을 시도하던 위구르인 청년 7명을 테러범으로 몰아 사살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신장자치구에 특수경찰을 포함한 공안과 무장경찰을 대거 증원하는 '공안 통치'를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 위구르 독립운동 세력의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다.

티베트인 지역의 사정은 더욱 복잡하다.

승려들이 주축이 된 티베트인들이 테러 같은 방식이 아니라 분신과 같이 비폭력적이고 자기 희생적 방식을 중국의 지배에 저항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얻을 뿐아니라 국제 사회의 지지까지 얻고 있어 중국 당국의 대응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작년 3월 젊은 승려 펑춰(彭措)의 분신을 시작으로 쓰촨성의 티베트인 거주지에서는 최근까지 전·현직 승려 20명가량이 분신해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숨졌다.

잇따른 분신으로 민심이 동요하면서 최근에는 쓰촨성의 티베트인 거주 지역에서는 티베트 독립과 달라이 라마의 귀환을 요구하는 시위가 수차례 발생했다.

당국이 총기를 발사해 진압에 나서면서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시위도 점차 격화되는 양상이다.

당국은 쓰촨성 일대의 티베트인들의 항의 시위가 티베트인의 본고장인 티베트자치구로 번지는 것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연간 최대 정치 행사로 일컬어지는 양회에서 중국이 당면한 두가지 난제, 즉 기층 민중의 요구 분출과 소수민족 문제에 대한 어떤 진지한 논의가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베이징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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