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방에서 숨진 팝가수 휘트니 휴스턴의 사망 원인은 신경안정제 과다 복용이 유력하다고 미국 언론이 13일 (현지시간) 보도했다.

ABC 방송은 휴스턴의 폐에 물이 들어 있었으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될만큼 많은 양은 아니라는 부검 결과를 전했다.

휴스턴은 발견 당시 욕조에 엎드린 자세로 얼굴이 물 속에 잠겨 있어 익사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전문가들은 휴스턴이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욕조에 빠졌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의식 불명으로 몰고간 주범은 휴스턴이 평소 복용해온 신경안정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펜실베이니아주 앨리게이 카운티 부검의를 지낸 독극물 전문가 사이닐 웩트는 "사람은 의식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숨이 막히면 몸을 뒤척이게 마련"이라면서 "의식이 완전히 없어진 상태라면 약물에 취한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변사자 시신 300여구를 부검한 경험이 있는 웩트는 "대부분 다섯가지에서 여섯가지 약물을 섞어 복용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숨진 휴스턴의 방에서는 신경안정제로 널리 쓰는 재낵스와 바륨이 상당량 발견됐다.

재낵스와 바륨은 의사의 처방을 받으면 얼마든지 복용이 가능한 합법적인 의약품이지만 과다 복용하면 부작용이 크다.

재낵스와 바륨은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 치료에 주로 처방한다.

합법적인 처방약도 마약 못지 않게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시민 단체 '재기의 시점' 설립자 알렉산드리아 레인은 "먀약이나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쓰이는 약품도 의존성이 아주 높다"면서 "합법적이라고 해서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휴스턴은 이런 강력한 신경 안정제를 섞어서 술과 함께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휴스턴이 치료와 중독을 되풀이한 것도 이런 신경안정제 과다 복용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때 코카인과 마리화나 등 마약에 빠졌다가 재활에 나선 휴스턴은 몇차례 다시 마약에 손을 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코카인 중독이 심장 근육을 크게 약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아니라도 갑작스러운 죽음을 이끈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한편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검시서는 부검을 마친 휴스턴의 시신을 이날 오전 가족에게 인도했다.

휴스턴의 어머니 시시 휴스턴은 조지아주 애틀랜타 집으로 시신을 운구해 장례를 치를 계획이다.

장례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 훈 특파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