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편집진과 간담회서…"오히려 야권이 초청 거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지난해 12월 총선 부정에 항의하는 시위 과정에서 자신의 사퇴를 요구해온 비제도권 야권 지도자들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총리는 이날 모스크바 교외 총리 관저에서 주요 언론사 고위 편집진 30여명과의 간담회에서 "모두와 토론을 할 준비가 돼 있으며 다른 생각을 가진 비제도권 야권과도 그렇다"면서 "최근에 대화를 위해 야권 지도자들을 초청했지만 그들이 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푸틴은 앞서 13일 정부가 주관하는 '언론인상' 시상식에 야당 성향의 여러 언론인이 불참한 사실을 언급하며 "그들(야권)은 '우리는 토론을 원하지만 정부가 우리 말을 듣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우리가 초청을 하면 오지 않는다"며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푸틴은 "나는 대화를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그들(야권)과 개인적으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싶다"며 "우리는 여러 차례 그들을 초청했지만 그들은 한 번도 오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총리측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야권 지도자들은 토론을 위해 정식으로 초청받은 적은 없으며 문화 행사 등에 초청을 받은 적은 있으나 정치적 논쟁을 할 자리는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푸틴 사퇴를 요구해온 일부 강경 야권 지도자들은 푸틴 총리와의 면담 자체가 그의 권위를 인정하는 행위이며 그와의 대화를 통해 얻을 것은 없다며 면담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야권 지도자들은 정부가 공식 초청을 해오면 푸틴 총리를 만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야당 성향의 작가이자 언론인인 드미트리 비코프는 이날 "야권과 권력이 직접 대화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런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직접 대화나 원탁회의 형식의 면담 제안이 오면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푸틴과의 만남은 항상 그가 듣고 싶어 하지 않는 말은 듣지 않는 것으로 끝이 났었으며 그런 일이 관례가 됐다"며 "하지만 사람은 변하는 것이고 어쩌면 사회 상황이 실제로 푸틴 총리를 걱정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고 대화 제의에 응할 뜻을 밝혔다.

푸틴 총리는 3월 대선을 최대한 정직하고 투명하게 치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실질적 신뢰와 지원이 있어야 우리가 구상하는 정책을 실현할 수 있다"며 "나 스스로 이런 지지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선거가 최대한 투명하고 정직하게 치러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앞으로 언론 기고를 통해 경제, 사회, 외교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혀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푸틴은 앞서 현지 일간 '이즈베스티야'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대선에 세번째로 도전하는 이유에 대해 해명한 바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