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러 가세…美·이란 갈등 전방위 확산
이란이 지난 8일 우라늄 농축시설을 전격 가동, 핵개발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 간의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이 이날 외교관을 추방하자 이란은 스파이 혐의로 기소된 이란계 미국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이란 대통령은 이와 별도로 미국의 턱밑인 남미 국가들을 순방하며 반미전선을 구축 중이다. 미국의 석유 수출 봉쇄 조치에 맞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막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적인 편가르기도 한창이다. 이란을 지원하는 러시아가 지중해에 해군을 보낸 데 대응, 영국도 함정을 파견키로 했다. 중국은 미국의 수입금지 조치를 무시하고 계속 수입하기로 했으며 인도는 예외를 요청했다. 반면 일본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미국의 제재 조치에 동참하기로 했다.

◆긴장 전방위로 확산

AFP통신은 미국 정부가 주미 베네수엘라 외교관을 추방하기로 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 외교관은 이란의 대미 사이버 공격 음모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마이애미 주재 베네수엘라 총영사인 리비아 아코스타 노구에라를 기피 인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란 법원은 이란계 미국인 아미르 미르자이 헤크마티(28)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헤크마티는 지난달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스파이로 활동하면서 테러를 모의한 혐의로 기소됐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날 베네수엘라를 방문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5일 일정으로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니카라과, 쿠바, 에콰도르 등 반미 지도자가 이끄는 나라를 순방한다. AP통신은 “미국의 앞마당에서 반미전선을 구축하겠다는 의도”라고 전했다.

미국은 이란의 행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아시아에서 세력 규합에 나섰다. 미국은 전날 남미 국가에 이란과 친밀한 관계를 맺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날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1주일 일정으로 중국, 일본을 방문하기 위해 출국했다. 이란 제재에 중국과 일본의 동참을 촉구할 것으로 분석된다.

◆군사충돌 우려 속 대화 조짐도

영국은 최신형 구축함을 페르시아만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가 7일 지중해 바레인 앞바다에 함정 2척을 파견한 데 대한 맞대응이다. 러시아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 대한 지지 표시로 함정을 보냈다고 설명했지만 이란에 대한 측면 지원 뜻을 보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바레인 미 5함대 기지를 출발해 작년 12월27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미국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호 는 현재 아라비아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최고지도부는 원유 수출이 막힐 경우 호르무즈를 봉쇄하겠다고 8일 공식 발표했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이날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잇따라 강수를 두면서도 핵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이란이 유럽연합(EU)과 핵협상을 재개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터키는 핵협상 재개를 중재했으며 이스탄불을 핵협상 장소로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란 원자력기구는 중북부 도시 콤 인근 산악지대의 포르도 지하 벙커에서 농축우라늄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