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산악 지하시설서 우라늄 농축 착수
이란이 우라늄 농축에 착수했다. 핵무기 제조에 한발 다가섰다는 의미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과 이란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또 이란은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로 석유 수출길이 막히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우라늄 농축시설 가동

AP통신은 이란 현지 일간 카이한을 인용, 이란 원자력기구가 중북부 산악지대 포르도 지하벙커에서 우라늄 농축에 착수했다고 8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란 당국이 우라늄 가스를 원심분리기 안으로 주입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포르도에서는 약 3000개의 원심분리기가 가동될 예정이다. 적의 폭격에도 견딜수 있는 이 지하시설에서 3.5%, 4%, 20% 농도의 농축 우라늄 생산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20% 농도의 농축 우라늄 생산을 성공한 것만으로도 핵무기 개발의 90%를 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은 지난해 여름부터 중부 지역의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에 있던 원심분리기를 포르도로 옮기기 시작했다. 2006년 4월부터 우라늄 농축을 시작한 나탄즈에서는 약 8000개의 원심분리기가 가동됐다. 포르도는 나탄즈에 이어 이란에 건설된 두 번째 우라늄 농축시설이다.

한편 이란의 첫 원전인 부셰르 발전소가 다음달 1일부터 가동된다. 이란이 핵에너지와 관련한 서비스를 아프리카 등에 수출할 수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란, 호르무즈해협 봉쇄 초강수

AP통신은 이란 최고 지도부가 자국의 원유 수출이 막히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지시하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유조선의 3분의 1이 통과하는 해역이다.

앞서 이란 정치권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주도의 경제제재에 반발,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여러 차례 위협해 왔다. 하지만 해협 봉쇄가 공식적인 정책이라고 밝힌 이번 발언은 지금까지 이란이 내놓은 대응 중 가장 강력한 것이라고 이 통신은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전날 지상군이 동부 아프가니스탄 국경 근처에서 군사 훈련을 시작한 데 이어 해군도 조만간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대규모 연례 군사훈련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인도 “이란 원유 계속 수입”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10~11일 중국을 방문, 이란 제재 동참을 촉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4일 “제재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정확한 방법이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미뤄볼 때 중국은 계속해서 이란 원유를 수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이란으로부터 하루 54만3000배럴의 원유를 수입하는데, 이는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많은 양이다.

인도와 터키도 미국에 이란산 석유 수입 금지에 대한 예외를 요청할 예정이다. 인도의 이란산 석유 하루 수입량은 34만1000배럴로 중국 다음으로 많다.

지난 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값은 전날보다 0.25% 떨어진 배럴당 101.56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호르무즈해협의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9일부터 다시 유가가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태훈/임기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