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는 모스크바, 푸틴은 고향 페테르부르크서

7일 동방 정교회(Orthodox)의 성탄절을 맞아 대표적 정교회 국가인 러시아에서 성탄절 행사가 성대하게 치러진 가운데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도 6일 밤(현지시간)부터 7일 새벽까지 이어진 성탄 예배에 참석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부인 스베틀라나 여사와 함께 모스크바 시내 구세주 성당에서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 키릴이 주재한 예배에 함께했다.

이날 구세주 성당 예배에는 약 6천 명의 신자들이 모였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정교회 소속 학교 어린이들 뒤편에 부인과 함께 서서 수시로 성호를 긋는 등 엄숙하게 예배를 드렸다.

키릴 총대주교는 예배 뒤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19세기 러시아의 역사가이자 작가인 니콜라이 카람진이 쓴 희귀 저서 '러시아 국가의 역사'를 선물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탄 축하 성명에서 "러시아 정교회가 수세기에 걸쳐 자비, 상호존중, 인내, 가족애, 애국심 등의 가치를 전수해 오고 있다"며 "교회는 시민사회 강화, 사회 통합과 도덕적 건전화, 청년 교육 등에서도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치하했다.

한편 푸틴 총리는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스파소프레오브라젠스키' 성당에서 진행된 예배에 참석했다.

이 성당은 푸틴이 어린 시절 세례를 받은 곳이다.

푸틴 총리는 예배 뒤 기자회견에서 "1952년 태어난 뒤 한 달 반 정도 지났을 때 어머니가 철저한 공산당원이었던 아버지 몰래 나를 이 성당으로 데리고 와 세례를 받게했다"며 "당시 사제가 내게 미하일이란 이름을 지어주자고 제안했지만 어머니는 이미 블라디미르로 등록했다고 해 이름을 바꾸진 않았다"고 소개했다.

러시아 내무부는 이날 전국 8천900여개 교회에서 약 250만명이 성탄 축하 미사에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모스크바에선 9만여명의 경찰이 주요 성당 주변에 배치돼 질서 유지를 도왔다.

국민의 상당수가 정교회 신자인 러시아에선 개신교나 가톨릭의 크리스마스(12월 25일)보다 13일 늦은 1월 7일을 성탄절로 기념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는, 16세기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제정한 '그레고리력'이 아니라 고대 로마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제정한 '율리우스력'을 따른 것이다.

러시아 정교회는 여전히 율리우스력으로 날짜를 헤아리기 때문에, 율리우스력 12월 25일은 그레고리력으로는 13일 뒤인 1월 7일이 되기 때문이다.

같은 정교회 국가인 세르비아,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등도 율리우스력으로 성탄절을 기념한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