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터넷에 팬클럽까지 생길 만큼 인기를 누리는 이른바 '영감님 강도'의 정체가 20대 청년으로 드러났다.

'영감님 강도'는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노인이 캘리포니아주 남부 지역 주로 한산한 시골 은행 점포에 들어와 권총으로 창구 직원을 위협해 돈을 털어간 사건의 범인이다.

2008년부터 최근까지 무려 16곳이 털렸지만 경찰이 단서조차 잡지 못하자 인터넷에서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영감님 강도'의 팬이 1만명 넘게 글을 올렸고 '영감님 강도'의 범행 모습을 담은 티셔츠까지 팔린다.

이런 인기의 배경에는 은행 점포의 폐쇄회로(CC) TV 화면에 포착된 범인의 행색이 일조했다.

허름한 복장에 회색 야구 모자를 눌러쓰고 주름살이 많은 야윈 얼굴에 커다란 안경을 걸쳤다.

초라한 시골 노인네 행색으로 태연하게 강도질을 하는 모습이 친근감마저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감님 강도'를 추적해온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런 노인 행색이 가짜라고 23일 (현지시간) 발표했다.

FBI는 가장 최근에 '영감님 강도'가 모습을 드러낸 지난 2일 샌 루이스 오비스포의 뱅크 오브 아메리카 점포 CCTV 화면을 정밀 분석한 결과 얼굴에 노인 얼굴처럼 보이는 실리콘 가면을 쓴 사실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돈을 강탈한 다음 주차장까지 쏜살같이 뛰어간 범인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20대 건장한 청년이라고 FBI는 결론지었다.

2만 달러의 현상금까지 내걸고 범인을 쫓는 FBI는 '영감님 강도'가 행색은 허술하고 힘없는 노인처럼 보이지만 권총으로 무장한 위험한 범죄자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 훈 특파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