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언론, 사태 은폐 전략…독립 언론, 비판보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반군부 시위에 대한 유혈 진압이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사태를 보도하는 국영언론과 독립언론의 시각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이집트에서는 유혈 진압 이틀 만에 시위대 10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총상 때문이었는데 이와 관련해 이집트 국영방송은 이들이 근거리에서 발사된 총에 맞아 숨졌다는 법의학 보고서를 보도했다.

시위대가 군부가 아닌 정보 등을 캐내기 위한 요원의 잠입 작전에 숨졌다는 주장이다.

국영방송은 또 시위대가 돌과 화염병을 던지는 장면을 내보내는가 하면 자유주의 단체로부터 돈을 받고 군부를 공격하라는 사주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내보내는 등 과거 무바라크 정권 당시 볼 수 있었던 은폐 전략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렇듯 군부의 유혈 진압을 눈감은 국영언론과 달리 독립신문과 위성방송 채널 등은 시민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권총을 발사하는 군부의 행태를 그대로 전하고 있다.

한 독립신문은 첫 페이지에 폭동 진압 장비를 갖춘 군대가 바닥에 쓰러져있는 여성을 둘러싸고 군인 한 명이 그녀를 밟으려는 듯 발을 든 사진을 싣고 제목을 "거짓말"이라고 뽑았다.

이를 본 독립 케이블방송 ONTV의 아침뉴스 진행자는 18일 이집트 남성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콧수염을 자르고 방송에 나와 "이런 일이 우리 여성에게 일어나고 있는데 어떻게 남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런 독립언론의 보도에 군부의 탄압도 본격화하고 있다.

무바라크 축출 이후 생겨난 한 위성방송 채널은 군부가 시민을 공격하는 장면을 내보내다 지난 이틀간만 두 차례나 방송 송출이 중단됐다.

시위가 열리는 타흐리르 광장을 촬영하기 위해 사용된 아파트가 군 헌병대의 급습을 당해 모든 카메라가 압수당하기도 했다.

한편 실제 상황을 숨기려 하는 국영방송의 행태에 화난 일부 국영방송 소속 뉴스 진행자들이 군부를 비판하다 방송 금지 조치를 받았다.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eshi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