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중국…광둥성 2만명 격렬 시위
중국 광둥성에서 무려 2만여명의 농촌 주민들이 경찰에 맞서 나흘째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집회와 시위가 철저히 금지된 중국에서 이례적으로 큰 규모여서 광둥성 정부도 초긴장 상태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광둥(廣東)성 루펑(陸豊)에 있는 우칸(烏坎)촌에서 시위 주도자가 경찰서에 끌려간 뒤 사망한 사건에 항의해 마을 주민 약 2만명이 지난 12일부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해 주민들의 마을 외곽 진출을 원천 봉쇄하는 한편 물과 식량의 반입도 차단하는 등 강경 진압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심상찮은 중국…광둥성 2만명 격렬 시위
이 마을이 격렬한 시위 현장으로 바뀐 것은 지난 9월부터다. 현지 지방관리가 주민 공동 소유 토지를 불법 수용해 부동산 개발업체에 팔아넘기려 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최근 지방정부는 13명의 주민대표와 벌이던 협상이 실패로 끝나자 시위를 주도해온 주민대표들을 연행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시위 주도자 중 한 명인 쉐진보(薛金波)는 지난 11일 경찰서 유치장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심장마비라고 발표했지만 유족들은 그의 몸에 상처가 있다며 부검을 요청했다. 한 주민대표는 “목을 조른 흔적과 가슴에 멍이 있었고 한쪽 엄지손가락이 부러져 있었다”며 “자백을 강요하기 위해 고문을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동방일보도 우칸촌 주민의 말을 인용해 “경찰 연행자 중 2명이 죽었고 2명은 고문 등으로 몸이 만신창이가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신화통신은 최근 이례적으로 우칸촌의 상황을 보도하면서 “쉐진보의 몸에 별다른 상처가 없었다”고 전했다.

WSJ는 이번 시위가 중국에서 최근 발생한 토지수용 관련 시위 중 가장 심각한 사태라고 지적했다. 중국에서는 지방정부가 농민들이 경작하는 토지를 부동산 개발상에 넘기는 과정에서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이렇게 넘겨받은 토지에 골프장과 고급 빌라, 호텔 등을 짓고 있다.위젠룽 중국사회과학원 교수는 “농촌에서 일어나는 분쟁의 65%가 지방정부의 토지수용과 관련이 있다”며 “지방정부의 과도한 토지매매가 중국 농촌을 붕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는 1990년 이후 1660만에이커(1에이커=4046㎡)의 토지를 매각해 2조위안을 벌어들였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농지 불법 전용 등을 막기 위해 올해부터 인공위성을 이용한 감시에 들어갔을 정도다. 에바 필 홍콩중문대 교수는 “중국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시위는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이번 시위가 왕양(汪洋) 광둥성 서기의 진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왕 서기는 공산주의청년단 출신인 후진타오 주석 계열의 정치인으로 내년 지도부 개편 때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한 인물이다.

그러나 최근 광둥성에서 빈발하는 시위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경우 상무위원 진입이 위태로울 수 있다. 그는 올해 ‘행복한 광둥’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지만 광둥성은 토지수용에 불만을 품은 농민들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