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피트 내한, 50세 은퇴선언 일축 '한 입으로 두 말이라도 반가워' (일문일답)
"안녕.. 하세요."

할리우드 톱스타 브래드 피트가 데뷔 이례 처음으로 내한해 국내 팬들에게 인사를 건냈다.

브래드 피트는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진행된 공식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것이 첫 한국어 레슨"이라며 서툰 한국어로 반가움을 내비쳤다.

그는 신작 영화 '머니볼' 홍보를 위해 지난 14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할리우드 거물급 스타의 첫 내한소식으로 국내 취재진들은 일찍부터 장사진을 치고 기다렸다.

브래드 피트는 앞서 지난 13일(현지시각) 호주의 한 TV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50세에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브래드 피트는 "배우로서 활동에 대해 기한을 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제작에 더 큰 즐거움을 두고 있다"고 정정했다.

이어 "제작자로서 현재 제작하기 복잡하고, 남들이 섣불리 손 댈 수 없는 그런 작품들에 도전하고 싶다"며 "또 특별히 재능이 있다고 생각되는 배우, 제작진에게 기회를 주고 투자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영화 '머니볼'은 미국 메이저리그 하위팀에서 아메리칸 리그 신기록인 20연승을 달성한 신화의 주인공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감동적인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오는 17일 개봉 예정.

다음은 일문일답.

- 한국에 처음 방문하게 된 소감은?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번이 첫 방문인데 여기까지 오기 참 힘들었다. 지난해 아내인 안젤리나 졸리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 꼭 와야 했다고 생각했다. '머니볼'은 야구에 관한 영화인데 한국 사람들은 야구에 대한 열정이 뛰어나다고 익히 들었다."

- 한국에 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머니볼'의 경제 원리와 같이 우리도 영화 홍보사가 시키는 대로 하기 때문에 이제서야 오게 됐다. 한국영화시장은 굉장히 흥미롭다. 아시아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폭발적으로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주목해 봐야 한다."

- '머니볼' 주인공 빌리 빈의 모습에서 불안과 확신의 이중적인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연기하는데 고민은 없었나.

"원작을 먼저 접하고 흥미를 느끼게 됐다. 나는 스포츠 과학이론에 대해 전혀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예산이 작은 팀과 큰 팀이 경쟁하기 위해서는 다윗과 골리앗 처럼 새로운 패러다임과 방법론이 적용되야 한다고 생각됐다. 개인적으로 나도 극한의 상황에서 경쟁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다. 빌리는 이론을 통해 성공을 실현하고자 했으나 불안과 확신 그 가운데에서 내적갈등이 있고 심했다.그는 위대한 선수로 점쳐졌으나 실패했고 그 실패가 밑거름이 돼 결국 성공하게 된다. 공감하면서 연기했다."

- '머니볼'이 야구의 역사를 바꾼 혁신적인 이론이라고 들었다.

"실존 인물들이 야구의 혁신을 이뤘다. 일부분의 작은 변화일 수도 있겠다. '머니볼'은 선수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훈련시킬지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실현 시켰다. 또 진정한 실패와 성공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야구를 넘어 모든 스포츠에 도입됐다."

- 다가오는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로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상에 대한 욕심이 있나.

"배우의 목표는 고품질의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 영화의 메시지가 10년 혹은 20년 후에도 의미있는 것이라면 좋겠다. 오스카 상을 수상하게 된다면 영광이겠지만 시상식 자체가 나에겐 큰 즐거움이다. 수 많은 동료들과 함께 술 한잔 하면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축제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 할리우드에서 배우로서 사는 법

"우리는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다. 경쟁하기 보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 꼭 유명 배우를 캐스팅하기 보다는 다양한 재능이 있는 배우를 발견해서 성공하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할리우드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 내가 한 작품의 부품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고 연기한다."

-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재주가 있다. 본인만의 특별한 연기관에 대해 설명해 달라.

"실제로 관객들은 철저히 계산된 과학과 경제 따위들은 극장 안에서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작가들과 감독들이 이야기를 흥미롭게 하기 위해 인물 하나하나에 촛점을 맞추어 드라마를 유발했다. 개인적으로 커피를 많이 마시면서 12시간에서 16시간에 육박하는 촬영 강행군을 버텼다.(웃음)"

- 실존 인물인 '빌리 빈'과 닮은 점이 있다면?

"빌리 빈을 처음 봤을 때 친금감과 깊은 유대감을 느꼈다. 우리는 만나자마자 서로 놀리고 농담하면서도 존중했고, 존경심을 표했다. 정의와 공정함에 대해 추구하는 마인드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빌리는 칼같이 강인하면서도 굉장히 재미있는 캐릭터다. 그러나 삶에 대한 후회와 내면의 골도 상당히 깊다. 영화에서 그런 캐릭터를 투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 미국 현지에서 '머니볼'에 대한 인기가 대단하다. 자신의 인기 덕분이라 생각하나.

"개봉 첫 주에는 유명 배우나 흥미로운 주제로 어느정도 흥행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장기흥행은 다르다. 이 영화는 다양한 세대간에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메시지가 있기 때문에 장시간 사랑받을 수 있는 것 같다."

- 브래드 피트는 대표 '꽃미남 배우'로 통했지만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다.

"아버지가 되면서 많은 것들이 변했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 하면서 나를 돌아보고 관리하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면 지혜가 따라오기 때문에 나이 먹는 것이 무섭지 않다. 젊음과 지혜 중에 선택하라면 당연히 지혜를 선택할 것이다."


한경닷컴 김예랑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 변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