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젠(改善)'이라는 구호로 유명한 '도요타식 생산방식(TPS)'이 일본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4일 보도했다. 도요타자동차가 제조업의 노하우를 농업에 접목시키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요타는 2006년부터 일본 이바라키(茨城)현 쓰쿠바(筑波)시에서 현지 농업법인 TKF와 함께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도요타가 손을 댄 이후 농업은 '공업'이 됐다.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이 고스란히 농업에 적용된 것이다.

첫 번째 목표는 재배에서 출하까지 걸리는 시간의 단축.이를 위해 농민들의 작업 동작을 분석해 최적화한 노동 방식을 뽑아냈고 새로운 농기구도 개발했다. 농민들의 현금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 재배작물은 수확기간이 짧은 '베이비 리프(어린싹 채소)'로 정했다. 2주 정도 걸리던 재배기간도 1주일로 단축했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도요타식 '가이젠' 정신을 농민들에게 전수해 낭비 요소를 줄이는 데도 주력했다. 그 결과 몇 천만엔에 불과했던 TKF 농장의 매출은 작년에 3억엔으로 불어났다.

미야기(宮城)현에서는 도요타그룹 계열사인 '도요타통상'이 파프리카를 키우고 있다. 국산화 비율이 가장 낮은 작물이 파프리카라는 점에 착안했다. 작업공정을 확 줄였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비닐하우스 천장에는 특수필름을 입혔다. 낮은 단가에 '국산'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재배면적은 몇 년 새 일본 내 최대인 5㏊(헥타르)로 확대됐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4배가량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도요타의 농업 진출은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는 "농업과 제조업으로 양분된 여론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힌트가 도요타의 상생모델에 숨어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