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감지기 촬영, 10개 중 9개 인적 없어

런던 반(反)월가 시위대와 세인트폴성당 측이 노숙용 텐트 설치를 놓고 마찰을 빚는 가운데 농성자의 대부분이 밤이면 텐트를 떠나는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간지 더 타임스는 25일 경찰 헬기가 심야에 열 감지기로 텐트 주변을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텐트 10개 가운데 9개가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런던 증권거래소를 점령하라는 구호 아래 런던의 추운 길거리에서 노숙한다"는 주최 측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위대는 밤이 되면 추위를 피해 집에 가 잠을 잔 뒤 낮시간대에만 주로 텐트에 머무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이로 인해 일부 텐트들은 물건 적재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세인트폴성당 앞에는 지난 15일부터 금융지구인 `시티' 진입이 막힌 시위대들이 200여 채의 텐트를 세웠다.

성당 측은 화재·안전·위생 문제를 들어 지난 21일부터 관광객과 신도들의 입장을 금지했다.

350년 된 이 성당에는 유명인과 전몰 장병 등의 위패가 모셔져 있고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세기의 결혼식'을 올려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이 성당이 입장객을 통제한 것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공습을 받았을 때 이후 처음이라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시위 주최 측은 농성자를 분산한다는 이유로 인근 핀즈베리 광장에 제2의 노숙 농성장을 만들었다.

현재 성당 앞에 200여 채, 핀즈베리 광장에 80여 채의 텐트가 쳐져 있다.

관할 행정당국은 "90%의 텐트가 빈채로 남아있다는 것은 대다수가 이곳에서 노숙 농성을 하는 데 대해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들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행정당국은 시위대가 텐트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성당 측의 협조를 받아 강제로 철거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그러나 텐트 2개를 설치한 에드워드 뉴먼(27)은 "4일 만에 집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온라인으로 회사 일을 하고 돌아왔다"고 항변했다.

미용사로 일하다 현재는 실업자인 마이크 루커스는 "너무 추워서 사람들이 집에 들어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요즈음 런던의 최저기온은 영상 5도, 최고기온 15도 정도다.

(런던연합뉴스) 이성한 특파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