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사관 보호 병력만 잔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 연말까지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병력을 모두 철수시키겠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영상 협의를 가진 뒤 직접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과 이라크가 미군 철수 문제에 대해 이같이 합의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약속한대로 이라크에 있는 우리 병력들이 올해안에 집으로 돌아올 것이며, 거의 9년간 진행돼온 미국의 이라크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미국은 2008년 체결한 안보협정에 따라 2011년말까지 이라크 주둔 미군을 철수하기로 했으나 최근 이라크 치안 상황이 악화되자 이를 명분으로 현재 4만5천명 규모인 이라크 주둔군을 1만명 수준으로 줄이고 주둔 기간을 1년 연장하는 문제를 놓고 이라크 정부와 협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표는 최근의 이런 움직임을 백지화하고 당초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한 것이다.

다만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을 보호하기 위한 소수 미군 병력은 잔류하게 된다.

2003년 3월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명분으로 시작한 이라크 전쟁에 미국은 3조달러가 넘는 막대한 전비를 투입했고, 4천400명 이상의 미군이 사망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의 규모는 최대 17만명까지 늘어나기도 했지만 2008년 협정 체결 이후 4만명대를 유지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직후 전임 부시 행정부와의 차별화에 역점을 두고 일방주의와 군사주의를 버리고 대화와 다자주의를 추구하는 정책을 천명하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군의 철수를 추진해왔다.

특히 이라크 내에서는 지난 2004년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서 고문과 가혹행위를 자행한 미군이 자국의 법에 의해 처벌받지 않은 데 대한 국민의 분노가 커진 상황이다.

`미군 철수 합의'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를 부흥시키는 일에 주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고, 말리키 총리는 이라크 국민들의 미군 철수 지지여론에 부응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우탁 특파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