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하산-北 나진 54km 구간 철로 개보수 완공
시범열차 운행행사 北 두만강역서 성대히 열려

러시아 극동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km 철도 개보수 공사 마무리를 기념하는 시범열차 운행행사가 13일 북한 국경역인 두만강 역의 '조러(북러) 친선각' 앞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러시아 측 행사 참가자들에 따르면 이날 정오(연해주 시간. 한국시간 오전 10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에는 러시아 측에서 발레리 리세트니코프 철도공사 부사장을 비롯한 철도 관계자, 이고리 사기토프 주북 러시아 대사관 공사참사가, 북한 측에서는 주재덕 철도성 부상, 황철남 나선시인민위원회 부위원장과 나선시 주민, 군인 등 수백 명이 참석했다.

정오께 러시아 철도 공사 소속 오케스트라와 북한 측 악단의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시범 화물열차가 두만강역에 모습을 나타내자 한복을 차려입고 손에 꽃다발을 든 북한 여성 등 환영인파들은 일제히 양국 국기를 흔들거나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냈다.

20ft 컨테이너 2개를 실을 수 있는 차량 25개로 구성된 시범 화물열차는 하루 전 러시아 하산역을 출발해 보수된 철길을 따라 북한 나진항까지 내려갔다가 이날 행사 시간에 맞춰 다시 두만강 역으로 되돌아온 것이었다.

리세트니코프 부사장은 기념 연설에서 "하산-나진 구간은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결하는 프로젝트의 시범 사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이 구간 철도 보수 공사에 이어) 나진항 화물 터미널 건설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내년 중반이면 모든 작업을 마무리하고 나진항을 통해 TSR로 화물을 운송하는 상업 운영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 국가들의 유럽행 화물을 나진항으로 끌어들여 보수된 하산-나진 구간 철도를 통해 TSR로 연결시킨 뒤 유럽까지 운송하는 새로운 물류 사업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TSR을 동북아와 유럽 간 물류의 핵심 루트로 키운다는 목표 아래 TSR과 TKR 연결 프로젝트에 적극성을 보여온 러시아는 이 프로젝트가 북한 핵 문제 등으로 교착상태에 빠지자, 우선 나진항과 하산-나진 구간 철도를 통해 유럽행 화물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 2008년부터 해당 구간 철도 개보수 공사를 추진해왔다.

러시아는 철도 개보수 공사에 이어 역시 물류 사업의 일환으로 장기 임대한 나진항 3호 부두에 현대화된 화물 터미널을 건설하는 작업에 착수해 내년 상반기 중에 공사를 끝낼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나진항과 하산-나진 구간 철도, TSR을 통해 동북아 지역 국가들의 화물을 유럽으로 실어 나르는 사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형식상으론 러시아 철도공사 지사와 북한 철도 당국이 함께 설립한 '라손콘트란스'라는 합작회사가 주도하는 사업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약 2억 5천만 달러(약 3천억)에 달하는 사업비를 러시아 측이 대부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리세트니코프 부사장은 이날 "나진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화물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중심지가 될 것"이라면서 "나진항과 하산-나진 구간의 상업적 이용은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 일본, 한국 등 동북아 지역의 다른 국가들에도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북한 철도성 주 부상도 "나진-하산 철도 구간에서의 화물 수송이 북한과 러시아뿐 아니라 동북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경제교류에 이바지하리라는 것을 확신한다"고 화답했다.

러시아 철도공사는 이번 시범 열차 운행 행사에 내외신 기자 30여 명을 초대해 특별 열차로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역에서 행사장인 두만강 역까지 태워 가는 등 홍보에 유례없는 적극성을 보였다.

나진-하산 구간 철도 개보수로 첫걸음을 내딛는 TSR과 TKR 연결 사업에 한국을 비롯한 외국 투자자들의 관심을 유도하려는 계산이 깔린 듯했다.

기자단과 기념행사 러시아 측 참석자들을 태운 특별 열차는 12일 저녁 블라디보스토크 역을 출발해 약 350km에 이르는 철길을 달려 이튿날 새벽 러시아 국경역인 하산역에 도착했다.

하산역에서 러-북 국경인 두만강 대교까지는 불과 1.7km, 두만강 대교에서 두만강 역까지는 1.9km 거리였다.

콘크리트 건물로 지어진 2층 짜리 하산 역사 정면과 측면에는 '하산-나진 구간 시범열차 운행'이라는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러시아 국기와 북한 인공기가 나란히 게양돼 축제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하산역에서는 북한 쪽으로 러시아식 광궤(1520 мм)와 한반도식 표준궤(1435 мм)의 새 철길이 나란히 깔린 복합궤를 확인할 수 있었다.

러시아는 약 3년에 걸친 공사 기간에 하산-나진(52km) 본선과 나진-나진항(2km) 지선 등 전체 54km 구간에 걸쳐 복합궤를 모두 새로 깔았다고 한다.

양국의 선로 방식 차이에도 불구하고 차량 바퀴를 바꿔 달 필요없이 열차가 신속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물론 이전에도 하산-나진 구간에 복합궤가 깔려 있긴 했지만 선로 노후로 열차가 시속 30~40km 정도의 속도밖에 내지 못해 정상적인 화물 운송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특히 북한쪽에 깔렸던 광궤는 표준궤보다 철로가 더 심하게 녹슬어 거의 사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번 공사를 통해 새 철길을 깔면서 화물 열차가 시속 60~70km의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고 알렉산드르 고로데트스키 하산 역장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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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단이 탄 특별열차는 하산 역에서 약 1시간에 걸쳐 세관 수속과 출국 서류 심사를 끝낸 뒤 오전 9시 30분께 행사장인 두만강역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 취재에 참가한 연합뉴스와 KBS 러시아 주재 특파원은 한국 통일부의 방북 불허 조치로 어쩔 수 없이 열차에서 내려 하산역에 머물러야 했다.

러시아와 외국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북한 측도 아니고 한국 정부가 왜 자국 기자들의 방북 취재를 금지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산<연해주>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