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큐의 경고 "미국이 그리스 닮아간다"
맨큐의 경고 "미국이 그리스 닮아간다"
"미국이 그리스와 같은 재정위기에 처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

대표적 경제학 교과서인 '맨큐의 경제학' 저자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의 미국 경제에 대한 경고다. 맨큐 교수는 최근 미국 보스턴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열린 '연방정부 예산적자 원인과 결과,그리고 치료법'을 주제로 한 특별 토론회에서 "미국은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과도한 재정 지출을 통해) 그리스식 재정위기에 처할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언론사로는 유일하게 MIT의 초청을 받아 이 토론회를 단독 취재했다. 맨큐 교수는 "궁금한 점은 미국이 언제 그리스가 되느냐일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201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피터 다이아몬드 MIT 경제학과 교수는 "부채 문제보다는 9.1%에 달하는 실업률 위기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며 "미국은 현재 대규모 재정 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반박했다. "인프라 건설,연구 · 개발(R&D) 등 장기 성장에 도움이 되는 곳에 돈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198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 MIT 경제학과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민간 투자 활성화를 통한 생산 역량 강화로 정부의 부담을 줄여야 국가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돈을 쌓아 놓고도 투자하지 않는 미국 기업들이 주머니를 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버러 루카스 MIT 경영대학원 교수(전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문제를 전달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며 정책을 입안하거나 실행하면서 포퓰리즘을 경계하지 않으면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제프리 리브먼 백악관 예산관리처 이사(하버드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문제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은 정치 시스템"이라며 역시 포퓰리즘 문제를 거론했다.

MIT가 미국 최고의 석학들만 초청해 미국 연방정부 적자를 주제로 토론회를 가진 것은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 우려가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미국 부채 위기가 또 하나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사회를 맡은 제임스 포터바 MIT 경제학과 교수(미국 경제연구소장)는 "미국 부채 문제는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정부 크기에 대한 토론과도 직접 연관돼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보스턴=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