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이지만 규칙적 원자구조 배열 없어
마모 적고 강도 높아…골프채·프라이팬 등에 활용 가능

올해 노벨화학상은 '준결정(準結晶;quasicrystal)' 구조를 밝혀낸 이스라엘의 대니얼 셰시트먼 교수에게 돌아갔다.

준결정이란 말 그대로 '결정과 비슷하지만 결정은 아닌' 물질을 말한다.

화학에서 결정(crystal)은 원칙적으로 원자(군)가 주기적으로 배열되는 구조를 말한다.

다이아몬드나 소금이 대표적이다.

결정은 종류에 따라 2, 3, 4, 6개의 대칭축을 가진다.

각각 하나의 단위 원자구조, 즉 단위포(unit cell)를 360°회전하면 2, 3, 4, 6차례 같은 모양이 반복된다는 뜻으로, 이런 대칭성 때문에 단위포가 공간을 꽉 채울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수학적으로 5개의 대칭축을 갖는 결정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여러 오각형을 아무리 조합해도 공간은 물론 하나의 평면조차 빈틈없이 가득 채울 수 없는 이유와 같다.

그러나 1982년 대니얼 셰시트먼 교수는 스스로 만든 알루미늄-망간 합금에서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5개의 대칭축을 갖는 결정을 발견했다.

그러나 겉보기에는 결정인 이 물질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일반 결정에서 관찰할 수 있는,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단위포는 발견할 수 없었다.

이론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로저 팬로즈가 1970년대 서로 다른 두 가지 종류의 타일로 같은 형태가 반복되지 않는 모자이크를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이론적으로 예상됐던 '규칙적이지만 불규칙적인' 이중적 성격의 결정 구조가 실제로 발견된 것이다.

준결정은 원자 배열이 규칙적인 다이아몬드 같은 결정과 유리와 같은 결정이 아닌 '비정질' 사이의 중간적 물질이다.

준결정 구조는 마찰력이 작아 잘 닳지 않고, 강도가 커 골프채·휴대전화 케이스·프라이팬· 디젤엔진 등을 만드는 신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세대 준결정재료연구단(단장 김도향 교수)이 준결정 구조를 이용해 성형이 쉬운 마그네슘 합금소재를 개발한 바 있다.

LG화학 홍승태 박사는 "겉으로 보기에는 분명히 아름다운 결정이고, 5개의 대칭축도 존재하지만, 내부에는 결정의 특징인 원자구조의 규칙적 반복이 없다는 점이 준결정의 특징"이라며 "물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