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반군에 쫓기는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가족이 알제리행을 택한 데는 복합적인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BBC와 CNN 등 외신들은 지리적 인접성과 양국간 긴밀한 외교관계,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수배령 등을 이유로 우선으로 꼽고 있다.

알제리는 지리적으로 리비아에서 서쪽으로 길게 국경을 맞대고 있어 서부 트리폴리 쪽에서 도피한 카다피 가족이 반군의 추적을 피해 쉽게 입국할 수 있다.

실제로 앞서 지난 26일 아침 방탄 메르세데스 차량이 카다피를 지지하는 유목민 부대의 호위를 받으며 알제리 가다메스로 들어갔다고 이집트 국영통신 메나가 국경 인근의 반군 소식통을 인용해 27일 보도했다.

당시 차량 탑승자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알제리와 마찬가지로 서쪽에 인접한 튀니지의 경우 앞서 시민혁명으로 독재자를 축출한 데다, 반정부군이 트리폴리를 장악하기 직전 반군 측 국가과도위원회(NTC)를 리비아 대표기구로 공식 인정했기에 카다피 일가를 받아주기 어려운 처지다.

반면 인접국 가운데 알제리와 차드는 이번 민중봉기 이전부터 리비아 정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일찍부터 카다피 일가의 도피처로 거론됐다.

특히 알제리는 리비아 사태 시작 후 서방의 제재에 반대했을 뿐 아니라 아랍연맹의 리비아 비행금지구역 표결에서도 반대표를 던졌다.

알제리는 또 리비아 반정부 시위 초기부터 용병을 보내 카다피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다피 정권이 무너질 경우 자국 내 이슬람 무장단체에게 무기가 공급돼 지난해 12월 발생한 소요사태가 재현될 수 있고, 10년전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알제리 내의 커바일족을 자극해 자치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 체류 중인 NTC 소속 관리 구마 엘-가마티는 이와 관련 "카다피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는 이웃 나라는 알제리와 차드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알제리가 카다피와 가족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ICC 가입에 관한 '로마조약'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라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인접 알제리는 경유지일 뿐이고 카다피 가족의 최종 망명지는 제3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고 AFP통신이 30일 전했다.

반군 대변인 마무드 샤맘은 "알제리 정부는 카다피 일가에 제3국으로 통행을 허용해 준 것이라고 했다"며 "확인은 어렵지만, 알제리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그들을 받아줬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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