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베트남이 경제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자본과 노동력을 결합하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또 오는 10월 베트남 정부가 최저 임금을 인상하면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은 경영에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생산 효율화 등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국제통상학회(회장 이시영 중앙대 교수)는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베트남 하노이 대우호텔에서 '한 · 베트남 경제협력-전망 2020'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갖고 현지 기업환경과 대응 방안 등을 토론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진행됐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한국 대기업들은 노동 숙련도가 높은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근면하고 노동 집중력이 뛰어난 베트남인을 한국 기업의 중요 생산활동에 참여시키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양국간 상호이익을 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류지철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위원은 "베트남 경제가 가파르게 발전함에 따라 몇 년 후에는 천연가스와 석탄 등 에너지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원자력 발전에 독보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이 베트남 시장에 원전 기술을 수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노완 주 베트남 공사참사관은 국내 기업들의 현지 진출 이외에 민관을 아우르는 협력 네트워크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참사관은 "두산,롯데,현대차 등 한국 기업의 베트남 현지 진출이 이뤄지면서 양국간 협력관계가 가속화하고 있다"며 "이런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려면 기업간 기술교류,대학간 학문교류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인들의 잦은 파업과 불안정한 노사관계 등을 지적하며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김태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 기업에 종사하는 베트남인들의 파업률이 대만 기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아 일부 기업들이 인접 국가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남영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이 현지 상황과 법규를 잘못 이해해 노사 갈등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며 "외교통상부가 진행 중인 '해외진출 기업의 사회적책임활동(CSR) 지원사업'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석기 KOTRA 하노이 KBC 센터장은 지난 해 이후 베트남 근로자의 최저임금이 사실 상 네 차례나 인상됐다며 "오는 10월 베트남의 최저임금이 또 오르면 한국 기업의 경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트남 측 대표로 참석한 응우옌 반 쌩 베트남국민경제대학 교수는 "한국 기업의 투자형태가 노동집약적 사업에서 중공업,인프라 사업을 거쳐 부동산 · 상업지구 건설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중소기업들도 적극 진출해 양국간 상호협력을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노이(베트남)=김동욱 기자 ins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