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으로 42년간의 독재는 끝났다.신은 위대하다."

리비아 반군이 무아마르 카다피 진영의 핵심 거점이었던 바브 알-아지지야 요새를 장악한 23일(현지시각) 수도 트리폴리의 분위기는 승리와 해방감을 만끽하는 반군과 시민들로 흥분의 도가니가 됐다고 아랍권 이성 보도채널인 알-아라비야 등이 전했다.

반군들은 길거리에서 '신은 위대하다', '카다피는 끝났다'라고 연신 외치며 카다피 요새의 점령을 자축했고 일부는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노래를 부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며칠간 집밖에 나오지 못했던 트리폴리의 수많은 주민도 반군이 요새를 점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자동차를 타고 밖으로 나오면서 도로는 금세 혼잡해졌다.

특히 아지지야 요새를 점령한 반군들은 마치 42년간 카다피에게 쌓인 울분을 한꺼번에 토해내려는 듯 각종 시설과 조형물을 부쉈다.

알-아라비야는 요새 내 깃대에 자신들의 깃발을 새로 게양하며 환호성을 지르는 반군의 모습을 보도했다.

이들은 요새 안에 있던 금빛 카다피 조형물에서 그의 머리 부분을 떼어내 발로 짓밟는가 하면, 카다피가 외국 정상들을 영접할 때 사용하던 흰색 천막에도 불을 질렀다.

1986년 미군의 트리폴리 공습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카다피가 세운 비행기를 움켜쥔 주먹 모양의 조형물도 젊은 청년들의 분풀이 대상이 됐다.

어떤 반군은 카다피의 트로피를 손으로 꽉 쥔 채 영국 스카이뉴스 카메라 기자 앞에서 "카다피의 침실에 쳐들어가 가져왔다"며 전리품인 듯 자랑해 보이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많은 친구가 (내전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그들이야말로 오늘 나와 함께 이 자리에 있어야 했다"며 분노 섞인 슬픔을 드러냈다.

카다피가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지지자들 앞에 등장할 때 애용하던 골프 카트도 반군의 차지가 됐다.

이들은 카다피가 그랬던 것처럼 카트에 올라타 요새 주변을 빙빙 돌았다.

반군들은 그러나 아지지야 요새 안에 은신했을 것으로 추정됐던 카다피가 발견되지 않음에 따라 아직까지 긴장을 완전히 늦추지는 않고 있다.

반군 측 방송 매체인 알-아흐라 TV는 만일의 경우 요새 내에서 교전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시민에게 아직 요새 안으로 진입하지 말 것을 당부했고, 현지 경찰 당국에도 치안 유지에 힘써달라고 요청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제르바<튀니지>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