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유로존 단일국채가 위기 해결책"…獨·佛 "재정통합 선행돼야 도입 가능"
16일 양국 정상회담…입장변화 주목


유럽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독일과 프랑스의 긴급 정상회담을 앞두고 '유로본드' 발행 여부가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유로본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단일채권을 말한다. 재정적자 국가들은 빚을 다른 나라와 나눠 가질 수 있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묘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량국인 독일 등에선 "왜 남의 나라 빚을 우리가 안아야 하느냐"는 국내 반발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로존 단일국채 발행하자" 주장 급부상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간에 1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회담의 최대 화두로 유로본드가 부상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줄리오 트레몬티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단일 유로본드 발행이 재정위기 전염을 막는 최선의 해결책"이라며 유로본드 발행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일단 독일과 프랑스 양국은 유로본드 도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15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유로본드 발행문제는 이번 회담의 의제로 채택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익명의 프랑스 고위 관료 발언을 인용,"유로본드가 발행되려면 유로존 각국의 재정 통합이 선행돼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고 프랑스의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유로본드 발행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이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FT는 "양국 정상이 위기 대처를 위해 재정 및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선에서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마법의 명약'이냐 '독일의 그리스화'냐

그러나 이 같은 독일 · 프랑스의 공식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유로본드 도입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유로존 붕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독일과 프랑스가 그동안의 입장을 바꿀 것이란 시각인 것이다. 유로본드가'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의 국채금리를 낮출 수 있는 현실적 처방인 데다 유로존재정안정기금(EFSF) 확충보다'돈도 적게 들고,정책 효과도 더 빨리 볼 수 있다'는 기대가 큰 점이 한몫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와 독일의 태도 변화를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디벨트는"지금까지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는 유로본드에 반대 입장이었지만 프랑스가 지난주 위기를 겪고 난 뒤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독일 메르켈 정부도 사적인 자리에선 유로본드 발행 가능성을 더 이상 부인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메르켈 총리가 개인적으로 유로본드 도입 가능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반면 유로본드 도입이 "재정위기 완화가 아니라 독일 등 우량국의'그리스화(化)'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디벨트는 "유로본드가 유럽을 파국에서 구할 기적의 치료제처럼 얘기되고 있다"며 "그러나 유로본드가 도입되면 확실한 것은 독일이 어느 정도 그리스화된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등의 조달금리 인하 효과는 작은 반면 우량국의 피해는 매우 커진다는 시각인 것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오바마 "매주 경기 부양책 내놓겠다"…고용부 · 경쟁력부 신설 등 검토
긴축재정 탓에 실행수단 없어 고민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위기에 처한 미국이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묘수를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통화정책 당국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3차 양적완화로 시중에 자금을 추가 공급할지를 놓고 저울질 중이다.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매주 한 건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향을 확정하지 못한 채 다양한 방법론만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의 내년 재선가도에 미치는 정치적 영향과 향후 10년간 지출을 2조1000억달러 삭감하기로 합의한 의회의 협조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백악관 참모들 의견 제각각

뉴욕타임스는 백악관 참모들 사이에 견해차가 있다고 14일 전했다. 윌리엄 데일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데이비드 플루페 정치 고문은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FTA의 조속한 처리와 특허보호 같은 정책을 주장한다. 당장은 경기 회복에 큰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의회가 협조할 수 있는 데다 중도층에 호소할 수 있는 정책이다.

반면 진 스펄링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 등은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거나 주택 압류에 직면한 주택 소유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 등 체감도가 높은 정책을 내세운다. 재정 부담이 불가피한 이 같은 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유권자 피부에는 와 닿아 점수를 딸 수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검토되고 있다. 연방정부 부채한도 증액협상에 묻혀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귀환하는 퇴역군인들을 위해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상무부,무역대표부(USTR)와 국무부의 경제 관련 부서를 통합해 '고용부'나 '경쟁력부'를 신설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백가쟁명식 부양책 핵심은 일자리

미국 정부 내 백가쟁명식 부양책을 관통하는 공통의 과제는 일자리 늘리기다. 지난 7월 실업률은 9.1%로 2500만명의 미국인이 정규직 일자리를 찾지 못한 상태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달 초 새로운 일자리 창출안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실제로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 정부가 집중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을 자문했던 닐 카시카리 핌코 이사는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동원해 수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긴축재정 합의 탓에 정부의 두손이 묶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3선에 나설 수 없어 유권자에게 정말 인기가 없어도 해야 할 정책을 펼칠 수 있었으나 지금은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고 전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의 고민도 깊다. 최소한 2013년 중반까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연 0~0.25%)으로 유지하기로 했으나 3차 양적완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가 오는 26일 와이오밍주에서 열리는 잭슨홀미팅 기조연설을 통해 3차 양적완화를 시사할 경우 행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시너지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