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시내 경찰 1만6천명 집중 배치
한인 상가 등 일찍 문닫아 분위기 '삼엄'

영국의 수도 런던과 잉글랜드 일부 도시에서 발생했던 폭동이 9일 정부의 강력한 대응 방침이 알려지면서 일단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일밤 시작된 이번 폭동은 8일밤까지 사흘간 런던 북부와 동부, 남부에 이어 리버풀, 버밍엄, 브리스톨 등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나흘째인 9일 저녁에는 런던 및 인근 지역에서는 폭력행위가 크게 줄어든 반면 잉글랜드 중북부에 위치한 버밍엄, 웨스트 브롬비치, 맨체스터, 샐퍼드 등에서 젊은이들과 경찰이 대치하는 상태가 이어졌다.

◇ 대사관ㆍ교민, 피해 예방에 안간힘 = 8일 오후 11시(현시시각) 한국 남녀 여행객 2명이 런던 도심 하이드파크 인근 퀸스웨이 지하철역 부근에서 복면한 청년들로부터 휴대전화, 태블릿 PC, 양주 등 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강탈당했다.

이들은 업무차 에든버러를 거쳐 런던에 도착, 미리 예약해 둔 한국인 민박집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주(駐) 영국 한국 대사관은 "이번 사건은 폭동이 직접 터진 지역이 아닌 곳에서 발생했다"며 "청소년들이 밤에 복면하고 무리지어 다니면서 약탈과 강도 행위가 잇따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사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여행객과 주재원, 교민들에게 당분간 야간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피해가 발생하면 신속히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사관은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비상대응팀을 24시간 가동해 교민이나 유학생 등의 피해사실이 파악되면 현장에 즉각 출동해 지원 활동을 펴기로 했다.

대사관은 특히 한인거주 밀집지역인 뉴몰든 등의 치안 유지를 위해 킹스턴경찰서와 긴밀히 협조해 나가기로 했다.

영국에서 제일 큰 한국식품 유통업체인 H마트를 비롯해 한국 상점과 음식점 가운데 상당수는 이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찍 문을 닫았다.

◇ 런던은 소강 국면, 지방은 산발적 폭동 = 이날 저녁 런던 시내 지하철역과 상가 등에는 경찰이 집중 배치돼 삼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런던경찰청은 휴가자에 대해 소집령을 내려 모두 1만6천여명의 경찰을 동원해 지하철역 등을 순찰하고 불심검문을 벌이며 젊은이들이 모이는 것을 차단했다.

상가들 가운데 일부는 어둠이 깔리기도 전에 문을 닫았으며 창문이나 출입문에 나무를 덧대는 등 자구수단을 강구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런던과 런던 인근 지역의 폭동이 주춤한 것과는 달리 잉글랜드 중북부 지방에서는 곳곳에서 산발적인 차량 방화와 상점 약탈 등의 폭동이 일어났다.

전날 밤 방화와 약탈행위가 발생했던 버밍엄과 인근 웨스트 브롬비치에서는 이날 저녁 젊은이들이 상가 유리창을 부수고 주차된 차량과 쓰레기통 등에 불을 붙이며 경찰과 대치했다.

또한 맨체스터 시티 센터의 의류 점포인 미스 셀프리지에는 젊은이들이 침입해 난동을 부렸다.

맨체스터 인근 샐퍼드에서도 폭동이 이어졌으며 현장을 취재하던 BBC 카메라맨이 젊은이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 정부 `강경 대응' 천명 = 휴가지에서 급거 귀국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날 오전 비상각료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를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정부는 경찰을 증강 배치하고 휴회중인 의회를 11일 임시로 소집해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캐머런 총리는 비상각료회의가 끝난뒤 기자회견에서 "거리 질서를 회복하고 영국을 법이 지켜지는 안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방화와 약탈 현장에서 확보한 폐쇄회로(CCTV) 화면을 언론에 공개하고 주동자들을 수배했다.

또한 젊은이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블랙베리 메신저 등을 통해 약탈과 방화 등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보고 정보통신 전문가를 동원해 신속히 대응했다.

경찰은 특히 밤에 몰려나와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젊은층 가운데 10대가 상당수에 달한다는 분석에 따라 부모들에게 자녀들이 폭력행위에 휩쓸리지 않도록 조기 귀가시키도록 당부했다.

고드원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치안 유지에 군을 투입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배제하고 있다"고 답했으나 스티븐 캐버노 경무관은 폭동이 격화될 경우 플라스틱탄을 사용할 수 있도 있다고 말했다.

◇ 첫 사망자 발생 = 이번 폭동은 주로 건물과 차량 방화, 상가 약탈 등의 행태를 보였고 상대적으로 사람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폭력 행위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전날밤 런던 남부 크로이던의 차안에 있다가 총격을 받아 치료를 받던 남성(26)이 이날 치료 도중 숨져 첫 사망자로 기록됐다.

경찰은 폭동의 발단이 된 지난 4일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마크 더건(29.남) 사건과 관련해 "현장에서 발견된 권총이 경찰을 향해 발사됐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1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현장에서 4발의 총이 발사된 점으로 미뤄 더건의 가족과 친구들이 주장해온 대로 경찰의 과잉 총격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지금까지 폭력 및 약탈 등의 불법 행위를 저지른 563명을 체포해 105명을 기소했다.

이번 폭동 과정에서 모두 111명의 경찰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 축구 경기 취소ㆍ연기 = 폭동의 여파로 10일 웸블리 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잉글랜드와 네덜란드의 축구 대표팀 친선경기가 취소됐고 9일 예정됐던 칼링컵 1라운드 4개 경기도 무기한 연기됐다.

구단과 경찰은 사태 추이를 좀 더 지켜본뒤 오는 13일 개막하는 2011-2012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연기할지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는 13~15일 풀햄-아스톤빌라, QPR-볼턴, 토트넘-에버튼, 웨스트브롬비치-맨유, 스토크시티-첼시,맨시티-스완시 등 10개 경기가 열린다.

(런던연합뉴스) 이성한 특파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