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추진하는 자동차 연비 개선 기준이 자국 자동차 회사에만 유리한 차별적 규제여서 한국과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해 기준 갤런당 29.2마일인 승용차와 소형트럭의 평균 연비를 2016년부터 개선할 계획이다. 미 정부는 2025년에는 갤런당 주행능력이 56.2마일이 되는 차량만 판매를 허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9월 최종 기준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새 기준이 한국과 일본 제조사가 주로 제조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미니밴 등 경량 트럭에는 엄격하게 적용될 소지가 많다는 것.반면 미국 제조사들이 많이 생산하는 중량 트럭에는 비교적 덜 엄격하게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기름을 많이 소비하는 차일수록 연비 기준 적용을 유예할 방침이기 때문에 대형 모델을 많이 생산하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예를 들어 SUV 차량인 일본 혼다 CRV는 2017년산 모델부터 연비를 늘리기 시작해 2025년까지 매년 연비를 개선해야 하는 반면 미국산 포드 F-250은 2020년까지 연비를 개선하지 않아도 된다고 WSJ는 설명했다.

아시아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번 연비 개선 기준이 미국 자동차 제조사에 불공정한 혜택을 주려는 조치라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번 규제안이 자동차 시장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클라크 스티븐스 백악관 대변인은 "연비 개선 기준이 최종적으로 결정난 것은 아니다"며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가계 부담을 덜기 위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