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군과 알-카에다의 커넥션 의혹을 보도한 이후 숨진 채 발견된 파키스탄 기자의 사망은 파키스탄 정보부(ISI)의 명령에 따른 살해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복수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새로운 비밀 정보에 따르면 ISI가 커넥션 의혹에 대한 비난을 차단하기 위해 문제의 기사를 쓴 시에드 살림 샤흐자드에 대한 공격 명령을 내렸다고 2명의 미 행정부 고위 관리가 말한 것으로 전했다.

이탈리아 뉴스통신 AKI 기자이자 홍콩에 등록된 '아시아 타임스 온라인'의 파키스탄 지국장인 샤흐자드는 지난달 알-카에다가 자신들과 접촉한 혐의로 체포된 파키스탄 해군 관리들의 석방을 요구했지만, 해군과의 회담이 성사되지 않자 이에 보복하기 위해 해군기지를 공격했다는 기사를 아시아 타임스 온라인에 게재한 후 실종됐다가 자신의 자동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샤흐자드의 시신에는 고문 흔적이 남아있었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미 관리들은 ISI의 살해 명령에 관한 정보가 믿을 만하고 확실하다며 파키스탄 정보 당국의 행위는 야만적이고 용납할 수 없다면서도 상세한 내용은 더 공개하지 않았다.

ISI의 살해 명령을 말해 준 2명의 고위 관리 외에 미 행정부의 다른 관리도 ISI가 샤흐자드의 살해를 지시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다른 정보들도 충분하게 갖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리는 "모든 정황을 볼 때 파키스탄 언론계와 시민 사회에 충격을 주려고 치밀하게 계획된 표적 살인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에 의해 ISI의 살해 명령에 관한 정보가 드러나 파키스탄에 숨어 있던 오사마 빈 라덴을 미국이 사전 통보 없이 사살한 이후 소원해졌던 양국 관계가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부는 샤흐자드에 관한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파키스탄 정부에 전달할 지를 수일 내로 협의할 예정이다.

한편, 샤흐자드의 시신이 발견된 이후 유력한 용의 선상에 올랐던 ISI의 자파라 이크발 대변인은 "이 문제에 대해 언급 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미 중앙정보국(CIA)의 조지 리틀 대변인도 언급을 거부했다.

(뉴욕연합뉴스) 이상원 특파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