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패닉 표에 사활걸린 오바마의 '구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4일 카리브해에 있는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를 공식 방문했다.

미국 대통령이 이곳을 공식 방문한 것은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에 이어 50년만에 처음이었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1976년 경제정상회의 참석차 다녀간 적은 있지만, 공식 방문은 아니었다.

오바마의 이날 방문은 내년 대선의 승부를 가를 소위 `스윙스테이트(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경합주)' 공략 차원에서 이뤄졌다.

약 400만명에 달하는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은 대선 투표권은 없지만, 미국 전역에는 투표권을 가진 500만명에 가까운 푸에르토리코 출신 미국인들이 살고 있다.

이들의 표심을 잡고, 나아가 5천여만명에 달하는 미국 내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차원에서 이날 방문이 마련됐다.

특히 스윙스테이트 중 오바마가 다음 대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할 플로리다주의 경우 푸에르토리코계가 많다.

2010년 인구조사 결과 84만1천명의 푸에르토리코계가 이곳에 집단적으로 몰려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뉴욕, 코네티컷주 등에도 푸에르토리코계 유권자들이 많다.

정치분석가인 앤젤 로사는 CNN방송에 "오바마의 이번 방문은 내년 대선에서 히스패닉 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푸에르토리코 산후앙 공항에 도착한 뒤 가진 연설을 통해 푸에르토리코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그는 푸에르토리코의 최대 현안인 지위 문제와 관련, ▲독립 ▲미국의 주(州)지위 ▲준자치 등의 방안을 놓고 푸에르토리코 주민이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방안을 지난 3월 대통령 태스크포스팀이 권고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푸에르토리코 주민이 명확한 결정을 내릴 경우, 우리는 여러분들을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사회 곳곳에서 푸에르토리코계 인물들이 기여하고 있다고 찬사도 보냈다.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한 댈러스 매버릭스의 푸에르토리코 출신 신예 가드 호세 후안 바레아의 이름을 거론하면서는 "다음에 이곳에 올 때는 농구를 해야만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이번 방문이 이벤트성 홍보용 방문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냈다.

50년만에 이뤄진 미 대통령의 첫 공식방문 일정은 5시간에 불과했다.

(워싱턴연합뉴스) 황재훈 특파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