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에 뿌리 둔 정의개발당(AKP) 수장
경제성장 치적 인기 높아…이슬람권 신흥 지도자

12일 실시된 총선에서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압승을 거둠에 따라 3연임에 성공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57)는 국제사회에서 떠오르는 이슬람권 지도자다.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된 에르도안 총리의 집권 아래 터키 경제는 연평균 5%에 달하는 고성장을 구가하면서 세계 16위권으로 성장했다.

이번 총선에서 정의개발당이 압승을 거둔 데에는 이런 경제성장과 개발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세 기간 에르도안 총리는 오는 2023년에 터키 경제를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에 올려놓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 빠진 나라를 구해내겠다고 약속하고 취임 뒤 실제 이를 달성해 낸 그의 경제운영 능력에 국민 다수가 여전히 신뢰를 보낸 것이다.

그 스스로는 이슬람 학교에 다니면서 책값을 벌려고 길거리에서 사탕이나 생수를 팔기도 했던 이스탄불의 빈민가 아들이라는 역경을 이겨낸 인물이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 에르도안 총리를 국제무대에서 주목받는 이슬람 지도자로 부상시킨 요인은 터키가 이슬람 국가 중 유일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며 다른 이슬람국가와 달리 `정교분리' 민주주의를 채택한 국가라는 점이다.

나토는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 그리고 최근 리비아 군사작전 등에 이르기까지 이슬람권 사태에 대해 에르도안 총리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이 과정에서 에르도안 총리는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며 군사적 해법을 우선하는 서방 일각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의 이런 행보는 핵개발 의혹을 받는 이란에 대해서도 이어져 미국과 긴장관계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일고 있는 민주화 열풍은 서구식 민주주의를 운영하는 터키의 민주주의 모델을 부각시키고 있고 터키 정치를 8년째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에르도안 총리의 위상도 함께 높아지는 형국이다.

특히 리비아, 튀니지, 시리아, 예멘 등에서 반(反)정부 시위가 확산될 때 에르도안 총리가 주도하는 집권 세력은 "민주화와 개혁을 원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이슬람권 민중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에르도안 총리는 자국 내에서 `정교분리' 헌법을 채택한 세속주의 국가 터키를 친(親) 이슬람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1994~1998년 이스탄불 시장을 역임한 그는 1998년 한 집회에서 "이슬람 사원은 우리의 병영이며, 첨탑은 총검이고, 돔은 헬멧이며, 신도들은 우리의 병사"라는 내용의 시를 암송, `이슬람 선동' 혐의로 4개월 복역한 바 있는 독실한 이슬람 신자다.

그의 친이슬람화 주장에 대해 정의개발당은 서구식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온건한 보수 정당'이라고 세속주의 세력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에르도안 총리가 3기 집권 기간 핵심 과제로 추진할 헌법개정은 친 이슬람화 주장의 사실 여부를 가늠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르도안 총리는 1982년 군부 정권에 의해 개정된 현행 헌법을 "기본적 인권과 자유를 신장하는 방향으로" 유럽 표준에 맞도록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