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바보야,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stupid!)"라는 1992년 대선 구호는 미국에서만 유효한 게 아니었다. 최근 대선 및 총선을 치른 전 세계 국가들의 선거 성적표는 경제 성적표에 좌우되고 있다. 터키에 앞서 브라질과 칠레 등 빠른 경제성장을 지속한 국가의 정부는 정권 재창출에 잇따라 성공한 반면 포르투갈 등 경제위기에 처한 국가에서는 집권당이 줄줄이 선거에서 참패하고 있다.

브라질 집권당인 노동자당(PT)은 지난해 11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을 당선시키며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전임자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 성공 덕분이었다. 룰라가 대통령에 취임한 2003년 1.1%에 머물렀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해 7.5%까지 뛰어올랐다. 재임 기간 무려 1538만4000여개의 새 일자리가 생겨났다. 지난해 말 룰라 대통령의 퇴임 직전 당시 지지율은 87%에 달해 정권 재창출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을 듣는다.

반면 경제정책에 실패한 정권들은 여지없이 선거에서 참패하고 있다.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이어 유럽에서 세 번째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포르투갈이 대표적이다. 구제금융 신청과 이에 따른 초긴축 정책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면서 지난 5일 실시된 조기 총선에서 집권 사회당이 중도우파 사회민주당(PSD)에 패배했다. 앞서 IMF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아일랜드도 지난 2월 실시된 총선에서 집권당인 공화당이 제1야당인 통일아일랜드당에 참패해 14년 만에 정권을 내줬다.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스페인에서도 집권당은 수난을 겪고 있다. 지난달 22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13곳의 자치정부를 모두 야당에 빼앗겼다. 텃밭인 바르셀로나에서도 1979년 이후 처음으로 패배했다. 스페인은 유럽 내에서도 최고 수준의 실업률(21.3%)과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지방선거는 내년 3월 총선의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는 이미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