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초대 총리를 지낸 리콴유 자문장관(87 · 사진 왼쪽)이 내각에서 물러나겠다고 14일 전격 발표했다. 2대 총리를 역임한 고촉통 선임장관(70 · 오른쪽)도 리콴유와 함께 발표한 성명을 통해 내각 각료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두 원로의 사임 발표는 지난 7일 총선에서 야당이 사상 최대 의석(6석)을 확보한 지 일주일 만에 나온 것이다.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리콴유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총선을 분수령으로 내각을 떠나기로 결정했다"며 "더 젊은 내각이 젊은 세대와 연계해 싱가포르의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세대 교체를 알리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번 총선에서 집권 인민행동당(PAP)은 싱가포르가 1965년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한 이후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사실당 일당 독재체제를 유지해온 PAP는 87석 중 81석을 차지했다. 반면 야당인 노동당(WP)은 사상 최대 의석인 6석을 기록했다. 여태껏 WP 민주당 등 10여개로 이뤄진 야당의 최대 의석 기록은 1991년 4석이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여당의 득표율은 60%에 그쳤다. 2001년 75%,2007년 67%에 이어 크게 낮아졌다.

물가 상승,외국인 노동자 급증,정치적 자유 부재 등의 상황에서 변화를 원하는 젊은 층에 PAP가 외면당했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치 후진국이란 현실에 불만을 갖고 있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콴유는 영국 케임브리지 법대를 졸업한 뒤 1950년 귀국해 1954년 PAP를 창당했다. 1959년 총선에서 승리해 영연방 싱가포르 자치령 총리가 됐다. 이후 1990년까지 31년간 총리를 지냈고 총리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내각의 선임장관 및 자문장관으로 일했다.

싱가포르가 독립할 당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고작 500달러였지만 초기 리콴유가 이끈 부정부패 방지 정책과 외자유치 정책 등에 힘입어 지난해 1인당 GDP는 4만3000달러로 증가했다.

고촉통은 2004년까지 총리직을 수행하다 리콴유의 아들인 리셴룽(59)에게 총리직을 넘겨줬다. 고촉통이 재임한 1990~2004년을 제외하면 리 부자가 싱가포르를 집권해온 셈이다. 두 원로가 내각 각료에서 사퇴함에 따라 리셴룽 총리는 조만간 새 내각을 구성할 예정이다. 리콴유 · 고촉통 두 전직 총리는 국회의원직은 유지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지난주 총선에 출마해 나란히 당선됐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