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세 고령…마지막 전범재판

독일 법원은 12일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강제수용소의 경비원으로 일했던 존 뎀얀유크(91)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우크라이나 출신인 뎀얀유크는 1943년 3월부터 9월까지 폴란드 소비보르 수용소의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2만8천60건에 이르는 유대인 살해 사건의 종범으로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뮌헨 법원의 랄프 알트 판사는 마지막 나치 전범 재판들 중 하나로 간주되는 이번 재판의 판결문에서 뎀얀유크가 소비보르 수용소 경비원으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량학살)에 가담한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뎀얀유크에 대해 징역 6년을 구형했으며, 변호인은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선고가 있은 후 항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뎀얀유크는 이날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들어섰으며 선고가 있은 후에는 들것으로 옮겨졌다.

그는 앞서 오전 최후진술 기회가 있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2009년 5월 미국의 추방에 따라 독일에 도착해 재판을 받아온 뎀얀유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으로 복무하다 1942년 독일군에 포로로 붙잡혔을 뿐이라며 전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종전 이후 6년간 독일에서 '난민'으로 거주했던 뎀얀유크는 1952년 미국으로 이주해 1958년 시민권을 획득했으며 이후 자동차부품회사에서 일했다.

그는 1988년 미국에서 추방돼 이스라엘 하급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5년 뒤인 1993년 이스라엘 대법원에 의해 증거불충분으로 석방됐다.

당시 그는 폴란드 트레블링카 수용소에서 악명이 높았던 '공포의 이반'으로 지목됐으나 대법원은 그가 오히려 잘못된 신원확인의 피해자라고 판결했다.

나치 전범을 추적하고 있는 시몬 비젠탈 센터는 뎀얀유크를 나치 전범 수배 명단 3순위에 올려놓고 있는데 1, 2순위 전범들은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9년 독일로 추방되면서 미국 시민권을 박탈당해 현재는 무국적자인 뎀얀유크는 나치 범죄로 독일에서 처벌받는 사실상 첫 번째 외국인이다.

일부에서는 홀로코스트를 주도한 나라의 손에 의해 외국인이 종범으로 처벌받는 것은 법적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한편 뮌헨 법원은 뎀얀유크가 고령인데다 재판이 진행된 지난 18개월간 이미 교도소에 수용돼 있었고, 무국적자로 도주의 위험도 없다는 이유를 들어 석방했다.

법원은 항소심 판결 때까지 재수감하지 않을 방침이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