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라틴계 고용 '테러 10주년 공격' 기획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은 미국을 겨냥한 공격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조직원들과 마찰을 빚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복수의 정보당국자들을 인용, 12일 보도했다.

미군 특수부대가 빈 라덴 급습작전 과정에서 취득한 자료 분석에 관여하고 있는 익명의 정보당국자는 빈 라덴의 일기와 컴퓨터 저장 문서 등을 확인한 결과 그가 10년 전 `9.11 테러'와 같이 미국에 엄청난 충격을 주는 공격을 재현할 수 있는 방식을 찾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빈 라덴은 특히 조직원들에게 "미국에서 억압받은 비(非) 이슬람교도들을 찾으라"고 주문하면서 9.11 테러 10주년을 기념하는 공격을 위해 흑인이나 라틴계 채용을 계획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부 조직원들은 충성을 맹세했지만 다른 일부는 빈 라덴이 예멘, 소말리아, 알제리와 같은 비교적 쉬운 목표물을 제쳐놓은 채 미국에만 집착하는 데 대해 짜증을 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 당국자는 "빈 라덴은 `미국과 서방국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조직원들은 미국을 공격할 경우 보복을 두려워하며 실행에 옮기길 꺼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 정보당국은 이번에 습득한 자료에서 알-카에다의 구체적인 작전계획보다는 빈 라덴 개인과 조직 내부의 관료주의 등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분석 초기에는 테러 전문가들과 아랍어 전공자 등을 버지니아주 중앙정보국(CIA) 비밀시설에 불러 미국의 주요도시 이름, 알-카에다 핵심인물이나 전화번호 등을 찾는데 집중했다고 WP는 전했다.

분석 결과 빈 라덴은 파키스탄의 은신처에 숨어 있었지만 감옥 안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범죄조직 보스와 같은 역할을 했으며, 세부적인 작전지시보다는 큰 그림에서 전략적인 지시를 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 당국자는 "빈 라덴은 게으르고 자기만족에 빠졌다"면서 "그는 만일의 공격을 피해 탈출하거나 자료들을 없애기 위한 어떤 준비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밖에 빈 라덴이 소장하고 있던 자료에는 최근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파키스탄 군부 및 정부당국과의 접촉 의혹을 규명할 수 있는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WP는 덧붙였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승관 특파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