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군 규모.속도가 쟁점…7월 첫 아프간 철군숫자 논란 전망
유력 중진의원들 "아프간 전략 재고할 시점" 공론화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을 계기로 미국의 대(對) 아프간 전략을 둘러싼 논쟁이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의 주범으로 알-카에다를 지목하고 빈 라덴을 잡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개시했다.

10년에 걸친 끈질긴 추적끝에 마침내 빈 라덴을 사살함으로써 아프간 개전의 최대 목표가 성취된 상황에서 앞으로 아프간전 전략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느냐는 문제가 논의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미국의 역사를 9.11 테러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듯이, 미국의 테러리즘과의 전쟁도 빈 라덴 죽음 전후로 나누어질 수 있다.

빈 라덴의 죽음이 '게임 체인저(game-changer.국면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아프간전 전략 논쟁의 공개적인 포문은 의회로부터 나왔다.

상원 외교위를 이끄는 양대축인 민주당의 존 케리 외교위원장과 공화당 간사인 리처드 루거 상원의원은 10일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아프간 전략을 재고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케리 위원장은 "미국은 필요한 최소한의 병력을 아프간에 주둔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여야만 한다"며 "아프간 군.경이 치안과 안보를 책임질 수 있도록 그 역량을 배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끝이 보이지 않는 방대한 군사작전을 위해 한달에 무려 100억달러를 쏟아붓는 것은 근본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안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갑작스러운 철군에 반대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케리 위원장의 주장은 하루빨리 10만명에 달하는 아프간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고, 아프간 정부에 권한과 책임을 이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루거 의원도 "한달에 100억달러씩의 전비를 투입하는 아프간 전략이 미국의 지정학적, 전략적 이해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제기는 당장 올해 7월부터 개시될 것으로 예고된 첫번째 아프간 철군 미군의 규모와 속도를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2009년 아프간 주둔 미군병력 3만명을 증파하면서 오는 7월부터 병력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첫 철군의 규모는 여태껏 밝히지 않은 상태이다.

빈 라덴 사살전 미군 지휘부가 내부적으로 만든 계획으로는 오는 7월 5천명의 미군을 첫 철수시킬 것이라는 보도가 흘러나왔지만, 이 계획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빈 라덴이 없어진 상황에서 계획은 수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의회쪽에서 아프간전 전략 수정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백악관과 행정부쪽에 큰 변화의 움직임은 당장은 없다.

빈 라덴의 죽음으로 아프간내 탈레반 세력이 알-카에다와의 절연을 서두르게 될지 여부나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간의 평화협상으로 이이질 것인지 등이 아직은 불확실하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은 지난 8일 AP 인터뷰에서 빈 라덴의 죽음으로 탈레반에 대한 알-카에다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도 "아프간은 여전히 국제 테러단체의 잠재적 은신처이며 알-카에다는 그중 하나일 뿐"이라면서 빈 라덴 사살작전이 알-카에다 및 빈 라덴 제거를 목적으로 시작된 아프간에서의 전쟁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행정부나 군 내부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빈 라덴의 죽음이 오는 7월 시작해 2014년 완료를 목표로 하는 아프간 주둔 철군의 속도와 폭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없지 않다.

향후 아프간전 전략 논쟁은 지난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새로운 아프간 전략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일었던 국가안보팀 내부 논쟁의 `2라운드'가 될 수도 있다.

당시 조 바이든 부통령을 비롯한 일부 백악관 참모들은 대규모 병력 증파를 반대하며 무인비행기와 특수부대 공격을 통한 파키스탄내 알-카에다 정밀타격전략(counter-terrorism)을 주장했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군 지휘부는 지상군 추가 파병을 통해 아프간내 반군까지 소탕하며 아프간 정부의 입지를 넓혀가는 대(對) 반군전략(counter-insurgency)을 지지하며 격렬한 논쟁을 전개했었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지상군 증파를 통한 대(對) 반군전략을 택했고, 바이든 부통령 그룹과 민주당내 반전론자들을 달래기 위해 단계적 철군 플랜을 함께 내놓았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 "과거 논쟁때 행정부내 정밀타격전략론자들은 이번 빈 라덴의 사살을 목표가 광범위하고 많은 지상군을 필요로 하는 대(對) 반군전략보다 알카에다 지도자를 겨냥한 대(對)테러 전략이 보다 유용한 전술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아프간전 전략 수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빈 라덴의 죽음은 의회, 행정부, 군부내에 아프간전 전략, 테러와의 전쟁의 목표, 비용, 전략 등을 재평가하는 논쟁을 촉발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