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자 재판없이 처형' 주장.."시신 수장은 모욕"

미군에 의해 사살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아들이 아버지를 재판없이 사살한 미국의 조치는 국제법 위반이라며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빈 라덴의 장남인 오마르 빈 라덴(이하 오마르)은 지난 9일 형제들을 대표해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미군의 작전을 `암살'로 표현한 뒤 미국이 국제법을 "명백하게 위반했다"고 주장했다고 ABC방송 인터넷판이 11일 보도했다.

성명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연방 대통령과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재판을 거친 반면 빈 라덴에게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적용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임의적인 살해가 정치적인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성명은 빈 라덴 사살 작전과 관련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발표 내용을 믿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아버지가 왜 체포·재판 과정을 거치는 대신 즉결 처형됐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미국 정부 발표의 정확성에 대해 조사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성명은 또 현지시각 지난 2일 빈 라덴의 은신처였던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서 전개된 작전을 통해 생포된 빈 라덴의 부인 및 자녀들을 석방할 것을 파키스탄 정부에 촉구했다.

이와 관련, 에릭 홀더 미 법무부 장관은 최근 빈 라덴 사살은 합법적이었다면서 빈 라덴이 9.11 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의 지도자였으며, 스스로 9.11테러에 개입했음을 인정한 사실 등을 논거로 제시한 바 있다.

아울러 성명은 오마르가 평소 아버지의 폭력 노선을 반대해온 점을 거론하면서 "이제 우리는 미국 대통령이 비무장한 여성들과 아이들의 처형을 명령한 것을 규탄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빈 라덴 사살작전 과정에서 빈 라덴과 그의 아들 칼레드 등 모두 5명이 사망했으며, 이중 4명은 비무장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성명은 미국이 빈 라덴의 시신을 수장한데 대해 "이처럼 중요한 지위를 가진 사람의 시신을 바다에 그렇게 던져버리는 방식으로 폐기한 것은 인도적, 종교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며 유족과 추종자들을 모욕하고 수많은 이슬람교도의 감정과 종교적 규정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성명에는 `빈 라덴 아들들의 성명'이라는 제목이 붙었지만 형제들 가운데 오마르의 서명만 등장한다.

이와 함께 오마르는 2009년 자신의 회고록 출판때 대필작가였던 진 사손에게 구술한 별도의 개인 성명에서도 부친의 사망 소식을 접한 가족들의 분노를 소개했다.

1999년 이후 빈 라덴과 떨어져 살고 있는 오마르는 아버지에 의해 `지하드(성전)의 계승자'로 낙점됐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인 희생을 낳는 무차별적 테러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붙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빈 라덴을 살해할 경우 미국은 더 광범위하고 폭력적인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