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11일 연휴..경기부양 효과 1조원 기대
혼잡 피해 해외여행도..입헌군주제 반대단체도 행사


영국 왕위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을 일주일 앞둔 지난 22일부터 런던 도심 쇼핑가인 리젠트 스트리트 등에는 영국 국기 유니언잭이 일제히 내걸렸다.

일부 차량들은 벌써부터 유니언잭을 흔들며 경적을 울리며 내달리고 있고 유리창에 국기를 걸어 놓은 주택들도 부쩍 늘었다.

결혼식 행렬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웨스트민스터 성당 근처에는 결혼식을 사흘 앞둔 26일 일부 극성 영국인들이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영국에서는 22일부터 나흘간 부활절 연휴에 이어 공휴일로 지정된 29일부터 다시 노동절인 5월1일까지 나흘 연휴가 이어진다.

상당수 직장인들은 중간에 3일간 휴가를 내 11일간의 연휴를 만끽하며 축제 분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결혼식 당일인 29일에는 전국 5천500여 곳의 도로에서 차량통행이 전면 차단된 가운데 거리 축제가 열린다.

런던에서만 800여 곳의 도로가 폐쇄되고 허트퍼드셔주 298곳, 서리주 205곳, 켄트주 182곳의 도로가 각각 통제된다.

이들 지역에서는 각종 공연이 펼쳐지는 가운데 음식과 술을 판매하는 가두 판매대도 대거 등장한다.

교통 통제가 필요하지 않은 막다른 길과 도로 등에서도 지역단위의 거리 축제가 진행되고 동네 선술집인 펍과 공원 등에서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되는 결혼식을 보며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게 된다.

영국인들이 모이는 펍에서는 원래 맥주를 판매하는 시간이 오후 11시까지로 엄격히 제한돼 있지만 결혼식 날에는 2시간 연장된다.

이미 왕실 결혼에 맞춰 기념주화, 기념우표 등 공식 기념품을 비롯해 찻잔, 연필, 티셔츠, 모자, 반지, 와인 등에 윌리엄-케이트 사진이 등장하는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백화점이나 쇼핑가는 부활절과 왕실 결혼을 기념해 세일 행사도 열고 있다.

유통업계는 결혼식을 전후해 영국 전역에서 파티를 위해 소비되는 주류와 식음료 등의 매출이 침체에 빠진 영국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소매 조사기관은 이번 결혼식이 6억 파운드(한화 약 1조 1천여 억원)의 경기 부양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결혼식을 앞두고 이미 전 세계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 등의 기자 수천여 명의 취재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결혼식과 퍼레이드 등의 장면은 BBC와 ITV, 스카이뉴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는 물론 미국 등지로 생중계된다.

세계에서 10억명 이상이 TV를 통해 결혼식을 지켜볼 것으로 추산된다.

BBC는 29일 하루 550명의 취재 인력과 카메라 100여 대를 동원하고 미국 CNN도 간판앵커 앤더슨 쿠퍼와 피어스 모건 등 50명의 방송 인력을 파견한다.

버킹엄궁 분수대 옆의 공원에는 이번 결혼식의 백미인 버킹엄궁 발코니에서 있을 신랑 신부의 첫 키스 장면을 포착하고 생방송을 내보내기 위한 스튜디오 등이 꾸며졌다.

영국 전역이 축제에 빠져들고 있고 외국 관광객이 속속 도착하고 있지만 북적이는 영국을 피해 외국으로 떠나는 행락객들도 적지 않다.

여행업계는 이번 연휴 기간에 인구 10명당 1명 꼴로 외국으로 휴가를 떠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입헌군주제에 반대하는 캠페인 단체들은 런던, 맨체스터, 카디프, 에든버러 등에서 단체 야유회를 열자고 제안하면서 왕실 행사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이성한 특파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