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 발전소의 전력시스템을 복구하는 작업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6개의 원자로 가운데 네 곳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성공했고,나머지 두 곳인 3,4호기의 전력시스템도 22일 중 복구될 전망이다. 그러나 21일 오후 2,3호기에서 원인모를 연기가 나 작업인력이 철수, 복구 작업이 하루 정도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원전 5,6호기는 비상용 디젤 발전기를 통해 전기가 공급되면서 한 고비를 넘겼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때 60도를 웃돌던 폐연료봉(사용 후 핵연료봉) 수조의 온도는 30도 안팎으로 떨어졌다. 21일엔 외부 전력 공급도 재개됐다. 전력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안정화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수소폭발로 원자로 외부 건물의 지붕과 벽이 손상됐던 1,4호기는 끊임없는 살수 작업으로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부서진 건물 사이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우려가 여전하지만 추가적인 폭발 위험은 줄어든 상태다. 외벽 온도도 100도 이하로 낮아졌다.

남은 건 2호기와 3호기 두 곳.이 중 2호기는 원자로를 둘러싼 격벽 건물이 온전한 상태라는 게 오히려 냉각 작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살수차를 통해 냉각수를 뿌려봐야 내부로 흘러들지 않기 때문이다.

스티븐 추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원자로를 감싸고 있는 격납용기가 훼손된 것으로 보이는 2호기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2호기는 격납용기의 '압력제어장치'가 폭발로 인해 손상된 것으로 추정된다. 3호기는 원자로의 내부 압력이 불안정하다는 점에서 걱정거리다. 내부 압력이 추가 상승하면 폭발을 막기 위해 증기를 빼낼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다량의 방사성 물질 유출이 불가피하다.

외부 전력이 가장 먼저 연결된 2호기 내부에서는 21일 내내 주제어실과 원자로 건물 내부의 전기기기 점검 작업이 진행됐다. NHK는 원자력안전보안원의 점검 결과를 인용,"2호기 내부에서 펌프를 가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도쿄전력은 누전 여부 점검,각종 계측기 복구 등의 단계를 거쳐 냉각펌프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어느 하나라도 어긋나면 전력선 연결작업은 허사가 된다.

후쿠시마 원전의 냉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결국 1~6호기는 모두 폐기될 전망이다. 아사히신문은 "수소폭발이 일어나거나 노심이 녹는 등의 치명적 피해가 발생한 1~4호기는 기술적으로 재가동이 어렵다"며 "5,6호기도 인근 주민의 정서를 고려할 때 폐쇄가 불가피하다"고 보도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