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냉각작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원전 주변의 방사선량이 줄어들면서 원전 사태가 한 고비를 넘긴 것 아니냐는 낙관론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신중론이 지배적이다. 냉각펌프가 제기능을 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3호기 원자로 내 격납용기의 압력이 다시 증가해 방사성 물질의 누출 우려가 커졌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간 관심사였던 전력 공급선은 이어졌지만 한숨을 돌리기엔 아직 이른 상황이다.

◆'시간 벌기'는 일단 성공

방사능 오염을 막기 위한 일본 정부의 노력은 두 갈래로 진행됐다. 한쪽에서는 외부에서 물을 끼얹어 원자로를 식히기 위한 사투가 계속됐다. 자위대와 도쿄소방청 정예요원들이 집중 투입됐다. 폐연료봉 노출로 다량의 방사선이 누출되고 있는 3호기에는 19일과 20일 이틀간 수천t의 물이 투입됐다. 20일 오전부터는 4호기에 대한 살수작업이 시작됐다.

원전 냉각작업의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원전 3호기에서 북서쪽으로 500m 떨어진 지점의 방사선량이 19일 오후 2시 시간당 3444마이크로시버트(μSv)에서 20일 오전 8시엔 2625μSv로,18시간 만에 800μSv 정도 떨어졌다.

원전 주변 온도는 모두 100도 이하로 낮아졌다. 잠재적 위협 요인으로 지적됐던 5,6호기도 안정권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전력이 공급돼 냉각기가 가동되면서 5,6호기의 폐연료봉 수조 온도는 19일 오전 68.8도와 67.5도에서 20일 오전 7시에는 각각 37.1도와 41도로 20도 이상씩 떨어졌다.

자위대와 소방대원들이 원전 온도 낮추기에 집중하는 동안 도쿄전력 직원들은 주말 내내 전력 공급시스템 복구에 매진했다. 원전 1호기에 차량을 접근시켜 배전반(配電盤)을 설치한 뒤 2호기의 변압기까지 케이블을 연결했다. 1,2호기의 냉각펌프를 돌리기 위한 기초 작업은 마무리된 셈이다.

◆3호기 압력 증가 돌발 변수로

원자로의 온도가 내려가긴 했지만 원전 사태는 남은 과정이 '본게임'이다. 살수작업은 시간을 벌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냉각펌프 가동이라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려면 여러 단계의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폭발 우려를 제거해야 한다. 건물 내에 예상보다 많은 수소가 응측돼 있으면 전기가 흘렀을 때 불꽃이 튀며 폭발할 수 있다. 사전에 원자로 내의 압력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이런 우려는 20일 오후 현실이 됐다. 3호기 원자로 격납용기 내 압력이 다시 상승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전력 복구와 살수 작업이 모두 일시 중단됐다.

원자로 내의 압력을 낮춘다고 해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냉각 모터가 고장났을 경우엔 새로운 모터로 교체해야 한다. 냉각시스템이 너무 가열돼 있으면 냉각펌프를 새로 설치해야 한다.

◆복구 지원에 나선 기업들

도시바와 히타치는 이날 원전 기술전문가 60명으로 구성된 대책반을 후쿠시마 현장으로 급파했다. 이 두 회사는 1970~1980년 후쿠시마 원전 3,4호 건설 당시 참여해 배전 공사와 배수 설계 등을 책임졌다. 도시바는 도쿄전력 본사와 총리실 등에도 인력을 파견해 기술적 협력을 할 계획이다. 해외 기업들도 지원 행렬에 동참했다. 후쿠시마 원전 1,2,6호기를 건설한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일본에 가스터빈 발전기 10대를 보내기로 했다.


◆ 폐연료봉

원자로에서 핵분열 과정을 거쳐 수명이 다 된 연료봉을 말한다. 그러나 봉을 구성하는 플루토늄239와 우라늄235 등이 강력한 방사성 물질과 높은 잔열을 방출한다. 통상 5~7년 정도의 냉각과정을 거쳐야 잔열과 방사성 물질이 안전수준에 도달한다.


안재석/장성호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