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오는 7월1일까지로 예정됐던 곡물 수출 금지 조치를 연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해 이상기후로 밀 등 주요 곡물의 작황이 타격을 입자 수출을 금지했고 이에 따라 글로벌 식량 가격 폭등을 가속화시켰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2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빅토르 주브코프 제1부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주재하는 비공개 회의를 마친 후 "곡물 수출 금지 조치를 더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주브코프 부총리는 그러나 아직 공식적인 결론은 나지 않았다며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또 사료용 곡물은 자유거래를 중단하고 지역별로 '필요에 따라' 배분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과 캐나다에 이은 세계 3위의 밀 수출국이다. 2009년 기준으로 전 세계 밀 수출의 14%를 차지했다. 그러나 100여년 만의 폭염과 극심한 가뭄,산불 사태로 여름 작물의 작황이 4분의 1이나 줄어드는 피해를 입자 푸틴 총리는 지난해 8월 밀을 비롯해 보리 호밀 옥수수 등의 곡물 수출을 중지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러시아 국내 시장의 공급을 유지하고 곡물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서라는 이유였다. 이 조치는 당초 지난해 말까지로 예정됐으나 새로운 수확기 때 상황을 보겠다며 올해 중반까지로 한 차례 연장된 바 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곡물 등 식료품 가격은 계속 오름세다. 감자의 경우 지난해 12월 이후 10배나 뛰었다.

식료품값 급등은 올해 의회선거를 앞두고 민감한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일각에선 금수 조치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달 들어 밀가루 가격이 1.5% 떨어지는 등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정점은 지났다는 분석도 있다.

러시아의 곡물 금수 조치로 인한 밀 가격 폭등은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지역의 반정부 시위를 촉발한 원인으로도 거론된다. 이집트는 세계 최대 밀 수입국 가운데 하나로 밀 소비량의 절반가량을 러시아 등 해외에서 수입한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