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ㆍ푸틴 "테러범 찾아내 복수할 것"
온라인에서는 러시아 정부 음모론 나돌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25일 한목소리로 2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도모데도보 공항 자폭 테러의 배후를 색출해 처벌할 것을 다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번 사건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시했으며 G8(주요 8개국)도 이번 테러를 규탄하고 테러리즘과의 싸움에서 러시아와 협력하겠다고 밝히는 등 국제사회도 러시아에 동조하고 있다.

◇ 메드베데프ㆍ푸틴 "범죄자 색출, 보복할 것" =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연방보안국(FSB) 확대간부회의에서 도모데도보 공항 테러를 저지른 범죄자들을 반드시 찾아내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와 국가에 아주 잔인한 도전이 제기됐다"며 "이번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색출해 재판정에 세우고 비적 떼의 소굴을 제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그러면서 "저항하는 자들은 사정을 볼 필요없이 현장에서 괴멸시키라"고 지시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TV 연설에서도 이번 사건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살해하려는 목적에 따라 매우 계획적으로 자행된 테러 행위라고 규탄하고 보안을 허술히 한 공항 측에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총리도 이날 내각 간부회의에서 도모데도보 공항 테러 조직자들을 반드시 찾아내 응징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이번 테러는 잔인성과 무의미함에서 아주 혐오스런 범죄"라고 규정하고 "범죄의 진상이 드러날 것이란 점을 의심치 않으며 복수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푸틴 총리는 그러나 구체적으로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보복을 계획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도모데도보 공항 테러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제안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는 이날 직접 병원을 찾아 테러 부상자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 오바마 "깊은 애도…러시아 국민에 연대감" =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도모데도보 공항 테러 사건에 대한 깊은 애도와 함께 러시아 국민들에 대한 연대감을 표시했다고 미 백악관이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무고한 민간인을 난폭하게 공격한 이번 사건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테러리즘과의 싸움에서 러시아와 협력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G8 외무장관들도 이날 성명을 내고 "야만적인" 이번 테러를 규탄함과 동시에 테러리즘과 폭력적인 극단주의에 맞서 싸우기 위해 협력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성명에서 도모데도보 공항 테러 사건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무사히 치르리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러시아 안보 상황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 일부 네티즌들 '러시아 당국 음모론' 제기 = 네티즌들은 이번 사건은 러시아 당국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에 대한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 조작한 것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하며 정부에 대한 깊은 반감과 불신을 드러냈다.

'코라벨리얼(KorabelReal)'이라는 블로거는 "친애하는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로비치(푸틴 총리)! 우리는 당연히 당신을 다시 뽑아줄테니 제발 더이상 우리에게 폭탄을 터뜨리지는 말아 주시오"라고 비꼬았다.

한 네티즌은 현지 온라인 뉴스통신 '가제타루(gazeta.ru)'에 올린 댓글에서 이번 사건은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에게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이들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음모론을 주장하는 네티즌들은 1999년 모스크바 아파트 건물 폭파 사건이 발생했을 때 푸틴 총리가 강력한 보복을 천명하고 불과 3개월 후 대통령 직무대행이 된 사실을 떠올리고 있다.

당시 음모론을 제기했던 전직 첩보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는 영국 런던에서 독살됐다.

◇ 테러 배후는? = 러시아 당국은 도모데보도 공항 테러의 배후가 러시아 연방으로부터의 분리 독립 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북(北) 캅카스 지역 반군들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러시아 언론매체들은 이날 보안 당국을 인용해 도모데도보 공항 테러 준비와 자행 과정에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조직이 개입했다는 믿을 만한 정보가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단체들은 지난해 12월 러시아 민족주의자들과 소수민족 간 갈등이 첨예화됐을 때 '제국주의적 국수주의'와의 투쟁에서 모스크바에 억압당하는 민족들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천명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와 체코공화국 등 러시아 주변국가들도 공항 보안요원 인력을 증강배치하는 등 공항 테러를 막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이번에 테러가 발생한 도모데도보 공항은 사실상 무정부상태였다고 지적하고 모든 교통중심시설에 미국이나 이스라엘 수준의 엄격한 보안 절차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