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각국서 '모방 분신' 잇따라
23년 독재정권이 무너진 튀지니에선 과도정부 구성이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구세력의 무력도발로 총격전이 벌어지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알제리를 비롯해 인근 아랍권 국가로 민주화 등을 요구하는 반정부시위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서 북쪽으로 15㎞ 떨어진 카타지의 대통령궁과 최대 야당인 진보민주당(PDP) 본부 건물 등 주요 기관 근처에서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을 따르는 무장세력과 정부군 간에 총격전이 발생했다. 무장세력 가운데 일부는 구급차와 렌터카,정부 차량 등에 탑승한 채 튀니스에서 시민과 주변 건물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기도 했다. 특수부대가 투입된 정부군과 경찰은 무장세력의 공격을 진압하고 50명 이상을 체포했다. 푸아드 메바자 임시 대통령의 지시로 여 · 야 통합 과도정부 구성을 추진 중인 모하메드 간누치 총리는 이날 주요 야당 지도자들과 회동한 후 새 정부 인선에 들어갔다.

튀니지의 '재스민혁명'이 성공하면서 비슷한 상황의 인근 국가들로 민주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알제리에서는 실업과 집값 폭등에 항의하며 분신을 시도한 한 30대 남성이 이날 숨졌다. 지난 1주일간 이 나라에선 정부에 항의하는 자살 시도만 4건 발생했다. 튀니지에서 '재스민혁명'을 유발한 노점상 청년의 분신자살을 모방한 것이다. 알제리에서는 반정부시위로 지금까지 최소 7명이 사망하고 800여명이 부상했다.

이 밖에 요르단과 예멘,수단,이집트에서도 정부 정책 실패를 규탄하는 모방 분신과 시위가 잇따랐다.

확산되는 민주화 요구에 위기감을 느낀 아랍권 국가들은 민심을 달래기 위해 물가안정과 같은 선심성 정책을 내놓는가 하면 서방진영으로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시리아 정부는 공공근로자들의 난방용 기름에 대한 보조금을 매달 33달러로 72% 인상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요르단은 연료와 설탕,쌀값 등을 낮추기 위한 2억2500만달러 예산집행 계획을 공개했다.

아흐메드 아불 가이트 이집트 외무장관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튀니지의 신정부 구성을 환영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은 아랍권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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