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룰라' 시대 열어..국민 기대감 최고조
외교역량 확대, 지속성장 유지..정치.경제.사회 난제 극복 관건

1일 취임하는 지우마 호세프(62.여)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는 퇴임하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의 후계자를 자처하고 있다.

대선 승리 자체가 전국민적 인기를 누리는 룰라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호세프 자신도 룰라 정부 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한다.

브라질 국민이 호세프에 거는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 호세프의 국정운영 전망에 대해서는 73%가 긍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1985년 브라질에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실시된 조사에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기대치가 가장 높았던 것은 룰라 대통령 취임을 앞둔 지난 2002년 말 조사 때의 76%였다.

호세프에 대한 외부 평가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호세프는 취임하기도 전에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68인' 명단에서 16위에 올랐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19위)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20위),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27위) 등을 앞섰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세계 5위 규모의 국토 면적과 인구를 가진 브라질이 중국이나 인도에 버금가는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고 엄청난 자원부국이라는 점 등을 들어 "호세프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나 클린턴 장관을 넘어서는 여성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제 관심은 룰라가 가꿔놓은 밭에서 호세프가 얼마나 많은 결실을 거둬 명실상부한 강대국으로 가는 길을 열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카리스마 아닌 정책으로 승부 = 호세프 대선 승리의 일등 공신은 물론 룰라다.

룰라는 퇴임 후에도 호세프의 후견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룰라의 후광에도 호세프가 어느 정도나 정치력을 발휘할지는 아직 의문이다.

남성 우월주의 전통이 강한 브라질 사회 분위기를 보거나 집권 노동자당(PT)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룰라 대통령은 1980년 PT를 창당한 창업주인데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노동계, 종교계, 좌파 및 중도좌파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뒤섞인 PT를 이끌어왔다.

룰라 없는 PT는 상상할 수 없다.

지난 2001년 PT에 가입한 호세프는 당내 세력을 통제할만한 힘이 부족하다.

룰라가 뒤에서 버팀목이 돼주지 않는 한 호세프가 PT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호세프가 정치보다는 정책으로 승부를 걸 가능성이 높다.

호세프는 룰라 정부에서 핵심 각료인 에너지장관과 수석장관을 역임했다.

수석장관은 우리나라의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직책으로 정부 주요 정책을 관장한다.

호세프는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룰라의 가치'를 보다 성숙한 단계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룰라처럼 강한 카리스마를 뿜어내지는 못하겠지만 국정능력으로 평가를 받으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외교 역량 확대 = 룰라는 브라질 외교의 글로벌화를 위해 공격적인 대외정책을 추구했고, 이는 '적극적이고 당당한 외교'라는 개념으로 나타났다.

룰라 정부는 '남남(南南) 외교'를 앞세워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지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러시아-인도-중국과 함께 브릭스(BRICs)를 형성해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여왔다.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상과 주요 20개국 그룹인 G20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유엔 등 국제기구의 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는 입지를 갖췄다.

그렇다면 호세프의 외교는 어떤 형태로 나타날까.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남미 우선, 대(對) 중국 관계 심화,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 확대'로 간추리고 있다.

브라질은 남미의 양대 경제기구인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안데스공동체(CAN)를 합쳐 남미자유무역지대(SAFTA)를 창설한다는 구상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다.

이는 미주대륙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묶으려는 미국 주도의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창설안에 대한 반발에서 나왔다.

미국을 제치고 최대 교역국으로 떠오른 중국과의 관계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2004년부터 중국과 고위급 회담을 통해 전략적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호세프 취임 후 처음으로 내년 4월 중국에서 개최되는 브릭스 정상회의는 향후 브라질-중국 관계를 점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호세프는 아프리카와의 긴밀한 관계 구축도 중시하고 있다.

브라질의 농업기술 이전과 에탄올 공동개발, 빈민구호정책의 성공 경험 교류는 브라질과 아프리카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미(對美)관계 개선 여부 주목 = 미국-브라질 관계는 지난 5월 브라질-터키-이란의 이란 핵연료 교환 3자 합의안을 미국이 무시하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유도한 이후 냉각 상태에 빠졌다.

룰라는 미국의 중남미 및 중동 정책을 거침없이 비판하면서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미국은 브라질이 이란 핵이나 중동평화 문제에서 국제사회와 다른 길을 가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고를 보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브라질 방문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호세프의 취임은 미국-브라질 관계 개선의 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호세프가 이란 인권 문제에 대해 강성 발언을 계속하고,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이루어진 이란에 대한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브라질이 기권한 것과 관련해 "잘못된 것이며, 내 입장과 다르다"고 밝히고 나서면서 대미 관계 개선 가능성을 점치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호세프는 친미(親美) 성향으로 알려진 안토니오 파트리오타 외교차관을 새 외교장관에 기용했다.

또 대선 승리 이후 외국 언론과의 첫 회견을 워싱턴 포스트(WP)와 가졌고, 토머스 샤논 브라질리아 주재 미국 대사와는 상당한 친분을 쌓고 있다.

미국 정부도 브라질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지난 11월 중순 브라질을 방문한 윌리엄 번스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은 새 정부 인사들과 만나 이란 핵개발 프로그램 및 인권 상황, 베네수엘라 및 볼리비아 등 남미 좌파정권과 미국의 갈등 등 현안에 관해 폭넓은 의견 교환했다.

호세프 취임식에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직접 참석한다.

전문가들은 호세프가 취임 후 워싱턴을 방문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2011년 상반기 중 브라질을 방문하면 양국 관계가 자연스럽게 풀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속성장 유지 = 브라질 경제는 2003~2010년 연평균 4%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0년은 7.5~8%의 고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떴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며 '날지 못하는 닭의 날갯짓'에 비유되던 브라질 경제는 룰라 정부에서 탄탄한 성장 기반을 갖췄다.

호세프는 이를 견고한 성장궤도로 진입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룰라와 비교할 때 호세프는 비교적 유리한 출발점에 서 있다.

룰라가 2003년 집권했을 당시 브라질 경제는 헤알화 가치 폭락과 국가위험도 폭등으로 국가부도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브라질은 현재 세계 7대 외환보유국으로 부상했으며, 외환보유액은 2천870억달러를 넘었다.

브라질 정부는 "더 이상 외환위기는 없다"고 선언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어느새 세계 8위로 올라섰고, 2011년에는 7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여기에 대서양 연안 심해유전 개발과 바이오에너지 생산, 곡물 수확량 증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축구대회와 2016년 리우 데 자네이루 하계올림픽 개최는 브라질 경제를 또한번 도약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도 올해 250만개를 넘으면서 사상 최대 호황을 보이고 있고 내년은 300만개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업률은 6%대 초반에 머물면서 2002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영국 런던 소재 국제 회계컨설팅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보고서를 통해 브라질 경제 규모가 2013년 세계 5위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룰라도 "호세프 정부에서 브라질은 5위 경제국으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난제도 많다 = 호세프는 오는 2014년까지 극빈곤층을 완전히 없애고 사회적 골칫거리인 마약퇴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개혁과 조세제도 개선 의지도 내비쳤다.

호세프가 직면할 주요 과제로는 소득분배, 교육, 치안 등이 꼽힌다.

브라질은 경제 규모는 세계 8위지만 1인당 소득은 세계은행 기준 72위에 머물고 있다.

아르헨티나(50위), 멕시코(53위), 터키(57위), 베네수엘라(66위), 이란(68위) 등에도 뒤진다.

전반적인 교육 수준이 떨어진다는 점은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는 호세프가 단단히 채비를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하 유도, 인플레율 상승 압력 해소 등 난제가 적지않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현재 10.75%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호세프의 기대와는 달리 전문가들은 인플레율 상승 압력 가중으로 내년에 12.25%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최근 발표한 분기별 인플레율 동향 보고서에서는 공식 인플레율 전망치가 올해 5.9%, 내년 5%, 2012년 4.8%로 나와 최소한 2012년까지 인플레율 상승 압박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외국자본 유입 억제 조치에도 브라질 헤알화 절상이 계속되고 있는 점도 큰 부담이다.

이에 따라 달러화 유입 억제를 위해 금융거래세(IOF)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호세프는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0% 수준으로 유지해 재정 건전화를 도모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러나 대대적인 인프라 확충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지출을 축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책은행을 대신해 민간투자를 늘리기 위해 감세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