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87%로 떠나는 룰라] 8년 만에 빈곤층 43%나 줄여 … "브라질 역사 바꿨다"
'올레 룰라! 올레 룰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삼바드로메 경기장.지난 20일 이곳엔 축하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경기장엔 8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매년 2월 중순 삼바축제가 열리는 이곳이지만 이번엔 주인공이 따로 있었다. 퇴임을 앞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을 위해 국민들이 연 축하행사였다.

브라질 시민들은 행사 내내 룰라를 환영한다는 뜻의 '올레 룰라'를 외쳐댔다. 대통령의 퇴임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상파울루에서 왔다는 노르베르토 멘돈사씨(43 · 의사)는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역사를 다시 썼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세계 최대 심해유전 이름'룰라'로

[지지율 87%로 떠나는 룰라] 8년 만에 빈곤층 43%나 줄여 … "브라질 역사 바꿨다"
룰라는 포르투갈어로 '오징어'라는 의미다. 브라질에서 가장 흔하고 값싼 수산물이다. 한 현지 교포는 "요즘 브라질에선 '먹는 룰라(오징어)는 싫어하지만 인간 룰라는 좋아한다'는 말이 유행한다"고 전했다. 룰라 대통령의 인기가 여전히 높다는 얘기다. 브라질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는 30일 세계 최대 심해 유전 명칭을 '투피'에서 '룰라'로 바꿨다.

지난 29일 여론조사기관 센수스의 조사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의 개인 지지율은 87%.앞서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 이보페가 지난 16일 발표한 지지율 역시 87%였다. 룰라가 태어난 상파울루 주의 지지율은 95%를 넘었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큰 배경도 룰라 대통령의 후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중산층 3600만명 늘어

여론조사에서 룰라 대통령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 1순위는 경제 성장이었다. 룰라 대통령 집권 직전인 2002년 2%대에 머물렀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올해 7.5~8.0%에 달할 전망이다. 룰라 집권 8년 동안의 연평균 GDP 증가율은 4%대로,이전 20년간 성장률의 2배 수준이다.

호전된 경제지표는 GDP 증가율에만 그치지 않는다. 외환위기에 몰렸던 1999년 브라질의 외환보유액은 300억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외환보유액은 10배가 넘는 30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2000년대 초 연 12%에 달했던 물가상승률은 올해 6% 이하로 안정될 전망이다.

취임 이후 중산층이 3600만명 늘어 그 비율이 42%에서 53%로 올라선 것도 성공 요인이다. 1인당 월소득이 75달러 미만인 빈곤층도 2003년 5000만명에서 지난해 2990만명으로 43% 감소했다.

리우데자네이루=최명수/강경민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