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유혈사태 희생자 50명 넘어"..美.英, 자국민 보호조치
대통령 측 유엔군 철수 요구..유엔은 계속 주둔 천명

아프리카 서부 코트디부아르에서 지난달 치러진 대선 결과를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유엔은 19일(이하 현지시각) 대선에서 다수 지지를 획득한 알라산 와타라 전 총리의 지지자들이 최대도시 아비장에서 벌인 시위 등에서 유혈 사태가 발생, 지난 사흘 사이에 50명 이상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코트디부아르에서 `대량의' 인권위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 같은 인명피해 상황을 공개했다.

필레이 대표는 또 수백 명이 로랑 그바그보 현 대통령의 정부군과 민병대에게 납치됐고, 이중 일부가 나중에 숨진 채 발견됐다는 유엔 코트디부아르평화유지군(ONUCI)의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필레이 대표는 이와 함께 "이들이 재판절차 없이 살해된 피해자일 경우 반드시 조사를 벌이고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한 뒤 "치안상황이 악화하고 유엔 요원의 이동자유가 간섭을 받으면서 대규모 인권위반 행위에 대한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8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와타라 전 총리는 54.1%의 지지를 얻어 45.9%에 그친 그바그보 현 대통령을 꺾었다.

그러나 그바그보의 측근인 폴 야오 은드레가 이끄는 헌법위원회가 일부 선거구의 선거 부정을 이유로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선거 결과를 번복, 그바그보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선언하면서 코트디부아르는 극도의 혼란에 빠져들었다.

특히 아비장의 북쪽에 있는 티에 비수에서 그바그보 대통령 측 보안군과 와타라 전 총리를 지지하는 북부 반군 사이에 교전이 벌어지면서 2002~2003년 정부군-반군 간 내전이 재연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아비장을 장악하고 있는 그바그보 대통령 측은 국영TV 방송국 점거를 시도한 친(親) 와타라 시위대에 지난 16일 발포한 후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또 야당 성향의 신문과 라디오 방송국에 발행 및 방송 금지 처분을 내렸다.

조건없는 권력 이양을 요구하고 있는 서방과 그바그보 측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유엔, 아프리카연합(AU), 서아프리카 경제공동체(ECOWAS) 등 국제사회는 그바그보 대통령에게 사임을 강하게 종용하고 있지만 그바그보 측은 이를 일축하면서 `서방이 꼭두각시를 내세워 코트디부아르를 다시 식민지로 만들려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바그보 측은 약 1만 명 규모의 ONUCI와 900명에 달하는 프랑스 주둔군의 철수를 요구했다.

이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평화유지군의 계속적인 주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유엔군에 대한 어떤 공격도 국제사회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셸 알리오-마리 프랑스 외무장관은 TV 인터뷰에서 그바그보의 주둔군 철수요구는 말이 안된다면서 "그들(프랑스 주둔군)이 직접 공격을 당한다면 적법하게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트디부아르의 인접국인 기니 정부는 자국 군대에 접경지대 경계를 강화하라고 명령했다.

코트디부아르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자 일부 국가들은 자국민 보호조치에 나섰다.

미국 국무부는 19일 코트디부아르 주재 대사관 직원 중 자국민들에게 긴급 영사서비스를 제공할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는 전원 현지에서 철수할 것을 명령하고, 긴급 영사서비스를 제외한 다른 영사업무는 일시 중단했다.

또 미국민들을 대상으로 추가 통지가 있을 때까지 현지 여행을 삼가라는 경보를 내렸다.

영국 정부도 현지의 자국민들에게 철수를 촉구하는 한편 자국민들의 코트디부아르 방문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제네바.아비장.뉴욕 AFP.dpa.AP=연합뉴스) jianwai@yna.co.kr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