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에 대해 한반도 주변 4대국은 확연히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전통의 우방국인 미국과 일본은 "한국이 통상적인 군사훈련을 할 권리가 있다"며 옹호한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특히 중국은 주말에 외교부 대변인,부부장(차관),부장(장관)이 모두 나서 '훈련 반대'를 주장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이에 따라 한반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20일 새벽(한국시간) 시작된 유엔안보리에서도 회원국 간 입장 차이가 너무 뚜렷해 합의안을 도출하기 어렵게 됐다.


◆미 · 일 한국의 정당성 지지

미국 국무부는 "한국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은 주권 국가로서의 정당한 권리"라며 "북한이 이를 이용해 추가 도발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맞서 자국 군대를 훈련시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역내 긴장 상태에 대한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국군의 사격훈련은 통상적인 것으로 정부는 이를 지지한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미국은 한국의 통상적인 사격훈련이 자위적 행위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정부 관계자도 자국 내 훈련에 대해 뭐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일본 정부는 미국과 함께 한국의 사격훈련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을 방문 중인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는 지난 18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만나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김 부상은 리처드슨 주지사에게 "한반도의 긴장 때문에 간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중 · 러 공조 대응 움직임

중국은 주말에 외교부 라인이 총동원돼 한국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자바오 총리를 수행해 파키스탄을 방문 중인 양제츠 외교부장은 18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전화 회담을 갖고 "중국은 긴장을 높이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어떤 행동에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남북한이 냉정과 자제를 보여줘야 하며 대화와 접촉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러시아는 남북한에 최대한의 냉정과 자제를 요구한다"며 "중국과 함께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에 앞서 발표한 외무부 성명에서도 "한국의 연평도 사격훈련에 대해 크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 정부는 17일 각각 류우익 주중 대사와 이윤호 주러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합의안 도출은 힘들 듯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일 새벽 러시아의 요청을 받아들여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비탈리 추르킨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이와 관련,한반도의 긴장 고조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안보리가 남북한에 자제를 촉구하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긴급회의를 앞두고 한국은 미국 영국 일본 등과 공조 방안을 논의했고,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사전 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은 상임이사국 간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 긴급회의에서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그동안 유엔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및 연평도 포격 등과 관련,안보리회의를 추진했지만 중국의 반대로 열지 못했다.

김태완/장성호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