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ㆍ현직 군간부 196명 연루

2002년 말 터키에서 이슬람에 뿌리를 둔 정의개발당(AKP) 정부가 출범한 직후 군부가 정부를 전복하고자 쿠데타를 기도했다는 이른바 `해머 작전'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16일(현지시각) 아나돌루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스탄불에 있는 특별법원에서 전ㆍ현직 군간부 196명을 피고로 한 `해머 작전' 법정 심리가 시작됐다.

검찰 기소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혐의가 인정되면 징역 15~20년을 선고받게 된다.

이번 재판은 군부가 정의개발당 출범 직후 쿠데타를 모의했다면서 `해머 작전'으로 명명된 비밀계획 문서를 공개한 현지 일간지 타라프의 보도 이후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1년 만에 시작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혐의자들을 무더기 체포했는데 군부 내 신망이 높은 퇴역 4성 장군을 포함해 퇴역 장성 4명이 구금된 것을 계기로 군부와 정부 간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이들 장성을 비롯해 구금된 혐의자 전원이 불구속 기소됐다.

`해머 작전'은 "군부가 이슬람 사원들에 폭탄을 매설하고, 그리스 폭격기가 터키 폭격기를 격추한 것처럼 위장하는 등 극도의 혼란을 일으킴으로써 정의개발당이 국민을 보호할 능력이 없는 정당으로 비치도록 해 궁극적으로 정부를 끌어내리려 했다"는 음모다.

정의개발당은 2002년 11월 치러진 총선에서 이슬람계 정당으로선 79년 만에 처음으로 의회 과반수를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고, 이에 세속주의 수호 세력을 자임한 군부는 터키의 이슬람화를 우려했다.

군부는 타라프가 보도한 문서들은 국내 긴장이 고조됐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외적의 침입에 대비해 장병을 교육하기 위해 마련한 가상 전쟁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이라며 쿠데타 모의 음모를 강력 부인했다.

터키 군부는 1960년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쿠데타를 일으킨 뒤 권력을 민정에 이양했고, 1997년에는 헌법재판소에 압력을 행사해 정의개발당 전신인 복지당 정부를 와해시킨 바 있다.

전체 인구의 99%가 이슬람교도인 터키는 다른 이슬람국가들과 달리 헌법상 정치와 종교의 엄격한 분리를 채택하고 있다.

군부는 이 같은 세속주의 노선의 수호자임을 자임해왔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