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의 돈 많은 금융인들이 올 겨울에는 휴가 패턴을 바꿀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예년보다 줄어든 연말 보너스 때문에 나름 검소한 휴가를 보내야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내핍성 휴가는 일반인들의 그것과는 아직도 거리가 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월가 톱 뱅커들은 크리스마스 휴가 시즌이 되면 전세 비행기에 가족을 싣고 세인트 바츠 해변이나 아스펜 계곡 등으로 휴가를 떠났지만, 올해에는 전세 비행기를 다른 가족과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검소함도 월가에서는 상대적 개념"이라고 전했다.

또 일부 부자들은 전세기 내에서 즐겨왔던 고가의 기내 음식도 올해는 취소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세 비행기 회사인 블루스타제트의 릭키 시토머 CEO는 "우리 고객들중 상당수가 자신들의 점심식사를 직접 가져오겠다는 뜻을 전해 왔다"고 말했다.

4인 가족의 1회 기내 식사 비용은 1천달러 가량이다.

12월은 또 월가 톱 뱅커들이 신형 최고급 자동차와 보석 등 자신들의 장난감을 쇼핑하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올해 보석가게나 스포츠카 딜러, 요트 브로커들은 전년에 비해 매상이 크게 줄었다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람보르기니, 벤틀리, 로터스 등 최고급 자동차를 판매하는 맨해튼의 자동차 쇼룸 딜러인 제프 드레인은 "2007년의 호황기는 말할 것도 없고, 금융위기 바로 다음해인 2009년에도 연말이 되면 손님이 많았었는데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너무 조용하다"고 말했다.

WSJ는 지난해 구제금융을 받은 월가의 주요 은행 고위급 간부들이 턱없이 높은 보너스를 받고 있는데 대한 비난 여론이 분출하면서 올해에는 월가 금융기관들이 보너스를 22-28% 가량 삭감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것이 월가 부자들을 내핍 생활로 이끄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전했다.

심지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시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JP 모건 등 초대형 은행들의 보너스도 전년대비 10-25% 가량 삭감될 것으로 알려졌고, 특히 부동산 거래를 담당하는 부서 등의 보너스는 최대 50% 가량 삭감될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주주와 금융규제 당국자들의 요구와 간섭으로 인해 보너스 가운데 현금으로 받는 비율이 예년의 50%에서 20%로 줄어든 것도 은행가들의 씀씀이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뉴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