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누락은 경범죄..3년형 납득 안돼"

"남편에 대한 재판은 처음부터 공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재판에서도 탈세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세금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부분은 유죄가 됐지만 이것도 회계사에 위임한 사항이었습니다.

유죄를 인정하더라도 경범죄로 분류되는 것이라서 3년 복역형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
할리우드 스타 웨슬리 스나입스(48) 씨가 지난 9일부터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연방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한국인 부인 박나경(37.화가) 씨는 남편에 대한 오해와 사법적인 처벌은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억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고 입을 열었다.

스나입스는 99년부터 2001년까지 3년간 소득세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2006년 기소돼 2008년 재판에서 3년형을 선고받았고 그 후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상고를 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지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뉴저지주에 거주하는 박씨는 남편인 스나입스가 다른 유명 연예인들과 마찬가지로 회계업무를 전문가에게 맡겨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10여년전 그의 세금 관련 일을 맡았던 사람은 다름 아니라 최근 유명 연예인을 상대로 폰지사기를 벌여 세상을 놀라게 한 케네스 스타였다.

스나입스는 피해자의 한 사람으로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유력 언론도 이 기사를 쓴 적이 있다.

10년 전 스나입스는 스타가 자신의 서명을 위조해 돈을 횡령했다는 의심 속에 그를 검찰에 고소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스나입스는 자신과 친분이 있는 유명배우로 역시 당시 스타의 고객이기도 한 실베스타 스탤론에게도 이 같은 일을 알려 그와의 업무를 주의하라고 말해줬고 이후 스나입스와 스타의 관계는 급격히 멀어졌다.

스나입스는 이후 4천200명의 고객을 둔 대규모 회계법인의 대표 에디 칸에게 회계업무를 맡겼다.

그러나 그는 미국의 납세 반대 운동단체인 '아메리칸 라이츠 리티게이터스'의 대표이기도 해 당국에서 보는 시선이 고울 리 없는 인물이었고 얼마되지 않아 또다른 회계사를 찾아야 했다.

결국 스나입스가 스타와 칸에게 자신의 회계업무를 나누어 맡겨놓은 3년 사이에 문제가 발생했다.

소득이 여러군데서 발생하는 연예인의 특성상 회계업무를 한꺼번에 말끔히 정리하고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못했는데 그러다보니 회계사들이 스나입스의 세무신고를 제대로 안 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박씨는 밝혔다.

박씨는 "스타의 경우 남편에게 앙심이 있기 때문에 신고를 성실하게 안 해준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칸의 경우 이 일로 스나입스와 똑같은 죄목으로 기소됐다.

박씨는 "칸이 운영하는 회계법인의 고객 중에는 변호사와 의사, 기업가, 심지어 국세청 직원까지 있었지만 흑인 유명인으로는 남편이 유일했다"면서 "전체 고객 중에서 오직 남편만 이 회사 대표와 함께 기소됐다"고 말했다.

재판과정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계속됐다고 한다.

재판은 피고인의 거주지에서 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엉뚱하게도 한 번도 방문해 본 적이 없는 플로리다주 오칼라 지역에서 진행됐다.

이 지역은 미국 내에서도 백인우월주의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인식돼 있어 스나입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배심원 후보 120명도 2명만 흑인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백인이었다.

이 흑인 두 명이 배심원 12명 중에 포함되기는 했지만 막상 재판 당일에는 검찰 측이 날짜를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참석조차 못했다.

스나입스로서는 이처럼 매우 불공정하게 진행된 재판이었지만 그래도 소득세 탈루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다만 소득세 신고를 3년간 누락한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됐다.

소득세 신고 누락은 경범죄(misdemeanor)로 분류된다.

중죄에 속하는 세금 탈루와는 엄격히 구분된다.

의도적으로 세금을 안 낸 것이 아니라 매년 4월 국세청에 제출해야 하는 세금환급 양식을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경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벌금을 부과하거나 유명인사의 경우 사회봉사 명령을 내리지만 스나입스에게는 이례적으로 3년 실형이 떨어졌다.

신고 한 번 누락한 것에 대해 1년씩 형량을 부과한 셈이다.

박씨는 "경범죄에 대해 이처럼 큰 형사처벌이 내려진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의도적인 신고누락도 아니었으며 절차도 공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판지역을 바꿔달라는 요청이 기각되고 배심원단이 불공정하게 구성되며 항소심도 별 이유없이 기각되는 등 미국 사법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남편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면서 "남편이 흑인 직원을 우선 채용하는 등 흑인 인권보호를 많이 생각하고 활동하는 사람이었는데 이런 것이 안 좋게 작용한 것으로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이 유명인으로 도주 가능성이 없는데도 보석신청마저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자녀와 크리스마스라도 함께 지낸 뒤 복역하겠다고 했는데도 또 기각당했다"고 말했다.

스나입스는 지난 8일 수감을 하루 앞두고 CNN 래리 킹 라이브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나라 국민이라면 모두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미국의 법 시스템을 끝까지 믿고 조용히 따라왔는데 별다른 이유없이 이렇게 모든 항소신청 및 재심신청, 대법원에 상고하는 동안의 보석신청마저 모두 거절당한 채 억울하게 수감되어야 하는 사실에 대해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그리고 왕성히 활동하는 배우로서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스나입스는 '데몰리션 맨', '블레이드' 시리즈 등으로 유명하며 `원 나잇 스탠드'로 베니스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지난 2003년 박씨와 결혼해 한국 팬들 사이에서는 '웨서방'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박씨는 한국 최고의 인기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등을 연출한 방송PD 박철 씨의 딸로 스나입스와의 사이에 3남1녀를 두고 있으며 결혼 후에도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주종국 특파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