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현지공관의 보이콧 '외교전' 성과(?)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2010년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노르웨이 주재 외교사절 가운데 중국을 비롯, 모두 17개국이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反) 체제인사 류샤오보(劉曉波)의 수상에 강력 항의한 중국이 현지에서 노벨평화상 보이콧 '외교'에 적극 펼쳐 65개국 공관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시상식이 불참했다.

또 시상식에 대표를 참석시킨 국가 가운데 일부는 공관장이 아닌 차석급 외교관을 참석시켜 'G2'로 부상한 중국의 영향력을 실감케 했으며 한편으로는 노벨평화상이 정치적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낳았다.

노벨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시상식에는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 사우디 아라비아, 파키스탄, 이란, 수단, 아프가니스탄, 베트남, 베네수엘라 등 17개국이 불참했다.

대부분 중국과 경제협력, 외교적으로 긴밀한 교류를 맺는 국가이거나 자국 역시 인권을 논하는 데 당당하지 못한 국가 일색이라는 지적이다.

유럽연합(EU)과 각별한 관계에 있는 우크라이나와 세르비아는 EU 측의 비판적 시각에 막판 시상식 참석으로 선회했으나 끝까지 오락가락하던 스리랑카는 결국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르웨이 현지 외교가에서는 류샤오보가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선정된 직후부터 노르웨이 주재 중국 대사관에서 동료 외교사절들을 상대로 시상식 불참을 종용하는 외교전을 펼쳤다는 게 정설로 돼 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은 "류샤오보는 중국 실정법을 어긴 범죄자며 그에게 노벨평화상을 주는 것은 내정간섭"이라는 논리를 펴는 동시에 특히 경제적 지원을 '카드'로 영향력을 극대화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외교적 노력의 결과로 중국은 노르웨이 주재 외교사절 4분의 1 이상이 10일 시상식에 불참하는 성과를 낳았고 노벨평화상을 정치적으로 변질시킴으로써 상의 권위를 추락시키는 데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상식이 진행되는 도중 시상식장 인근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반대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류샤오보는 범죄자"라는 중국 정부의 논리를 '앵무새'처럼 따랐지만, 오슬로 시민의 반응은 호기심에 그쳤을 뿐 대체로 냉담했다.

집회를 지켜본 군나르 브레켄(28) 씨는 "류샤오보는 중국의 민주화와 인권 신장을 위해 투쟁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를 범죄자로 치부하고 노벨평화상에 흠집을 내려는 중국 당국의 태도는 대국답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오슬로연합뉴스) 김영묵 특파원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