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비밀리에 미얀마의 핵개발을 지원해 왔다는 사실이 위키리크스를 통해 드러났다. 그동안 북한과 미얀마가 핵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는 의혹은 여러 번 제기됐지만 미국 공식 외교전문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위키리크스로부터 입수한 미국 외교전문을 인용, "미얀마가 북한과 협력해 원자로를 건설하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이 같은 내용은 미얀마 정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정보원의 발언을 인용, 지난해 8월7일 작성된 미 외교전문에 담겨 있었다.

해당 정보원은 미얀마 주재 호주 대사에게 "미얀마와 북한의 협력은 재래식 무기 분야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미얀마 핵개발에 러시아가 '소프트웨어'를 맡고,북한은 '하드웨어'를 지원한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미얀마 육군참모총장인 투라 슈웨 만 장군이 2008년 11월 북한을 방문했다"며 "국제사회 제재하에서 미얀마는 북한과의 관계 강화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정보원의 발언 외에도 또 다른 외교전문에서 원자로 건설을 위해 북한과 미얀마가 이미 협력 중이라는 내용이 속속 보고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같은 해 8월 작성된 외교전문에는 북한 기술자들이 미얀마에서 핵시설로 의심되는 지하시설 건설과 미사일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외교전문에 따르면 미얀마 수도 양곤에서 북서쪽으로 480㎞ 떨어진 마궤 지역의 지하 군사시설 건설 현장에서 북한 기술자들로 보이는 약 300명이 목격됐다. 익명의 관계자는 북한 기술자들이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150m 높이 지하 군사시설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 작업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외교전문은 목격된 북한 기술자들이 지대공 미사일(SAM) 조립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인원이 300명가량이나 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같은 해 1월 작성된 또 다른 외교전문은 해외에 거주하는 한 사업가의 발언을 인용,마궤 지역에서 원자로 1기가 건설 중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보고했다. 이 사업가는 현지 주민들로부터 커다란 강철봉을 실은 선박이 거의 매주 도착하며,이 강철봉이 일반 공장보다 큰 규모의 공장 건설에 쓰인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외교전문은 이 지역에서 핵시설이 건설되고 있으며,러시아가 미얀마 원자로 건설 프로젝트에 협력한다는 소문은 2002년부터 나돌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