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으로 긴장이 고조된 시기에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가 평양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져 북한이 그를 초청한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일곱 번이나 북한을 드나든 리처드슨 주지사인데다 최근에도 북한은 미국 전문가를 초청해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리처드슨 주지사의 이번 방북은 북한의 이른바 `초청외교'의 연장선일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북한은 지난달 초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 소장을 초청한 데 이어 9일에는 핵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과 존 루이스 스탠퍼드대 교수를 불러들였다.

또 같은 달 15일에는 모튼 아브라모위츠 전 미 국무부 차관보가 리언 시걸 미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프로젝트 소장 등과 함께 평양을 방문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돌아올 때 `메가톤급' 메시지를 가져왔다.

방북 후 프리처드 소장은 북한 영변 지역에 실험용 경수로가 건설되고 있다고 밝혔고, 헤커 박사는 원심분리기 수백대로 구성된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고왔다고 전했다.

시걸 소장도 `2000년 북미 공동 코뮈니케를 존중하면 핵개발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북한 측의 메시지를 갖고 돌아왔다.

이런 흐름 안에서 보면 북한이 리처드슨 주지사를 `비공식 메신저'로 활용하기 위해 초청했을 것이라는 분석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물론 리처드슨 주지사는 "어떤 메시지도 갖고 가지 않는다"고 밝혔고, 미 국무부 역시 리처드슨 주지사의 방북이 `사적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북한이 유엔 제제국면을 탈피하고 연평도 포격으로 한층 더 경색된 대미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리처드슨 주지사을 통해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개연성은 여전히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리처드슨 주지사는 1996년 11월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의 석방을 위해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등 어려운 고비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서 북한 측도 비교적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리처드슨 주지사도 이번 방북에 대해 "이처럼 불안한 시기에 내가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내가 한반도 긴장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 이번 방문은 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