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은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발 이슈로 '코리아 이니셔티브'를 이끌어냈다. 선진국 중심의 논의로 소외됐던 신흥국의 숙원을 풀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G20 정상들은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8월 국제통화기금(IMF) 이사회가 결정한 탄력대출제도(FCL) 개선과 예방대출제도(PCL) 신규 도입을 승인했다. FCL은 경제의 기초 여건(펀더멘털)이 우수한데도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에 IMF가 특별한 조건 없이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G20은 FCL의 대출 한도를 폐지하고 인출 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키로 했다.

PCL은 FCL 기준에 못 미치지만 건전한 정책을 수행하는 국가 가운데 예방적 유동성을 희망하는 곳에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금융위기의 조짐이 보이면 선제적으로 자금 수혈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글로벌 금융안전망은 신흥국들이 외환보유액을 많이 쌓아놓지 않더라도 필요할 때 IMF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세계경제 불균형을 완화하는 효과도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흥국들이 수출을 통한 경상수지 흑자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개발 이슈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 방식을 상세히 정하고 '다년간의 행동 계획'을 만들자는 것이다. 서울 선언에는 개발 이슈와 관련된 '서울 컨센서스'가 부속서로 붙었다. 서울 컨센서스는 도로 항만 등 인프라 시설 투자,인적자원 개발,무역,식량안보 등 9개 핵심 분야 액션 플랜을 채택했다. 또 20여개의 구체적인 세부 행동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개발 이슈에는 금융 접근성 확대를 위해 빈곤층이 쉽게 자금을 빌려 자력갱생을 할 수 있도록 국제기금을 조성하거나 세계 농업생산성의 격차를 해소하는 등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방안들도 포함됐다. 기존의 자금 지원 일변도에서 벗어나 신흥국들이 자체 성장 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돕는 내용이 담겼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방식을 추구한다는 취지를 반영했다.

개발 이슈는 G20이 단순한 협의체가 아니라 세계 경제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가 된다는 점도 분명히 보여줬다. 이를 주도한 한국의 국격이 크게 높아지게 된 것은 물론이다. G20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선진국와 신흥국의 가교 역할을 자임해 온 우리의 노력이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결실을 맺었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